‘착한 가격으로 패션 자존심 지키는 현명한 소비’

‘잇걸’(매력적인 여성)로 손꼽히는 자유기고가 A(32)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말 특가와 쟁여놓은 회원 쿠폰제를 이용해 백화점에 입점 중인 C 브랜드의 카디건을 구입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반 이상 저렴한 가격도 구매를 이끈 중요한 요인이 됐지만, C 브랜드 고유의 ‘히피스타일’이 A씨의 자유분방함을 대변하고 그녀의 완소 아이템인 구제 청치마와 잘 어울릴 것 같아 고민 끝에 클릭을 하고야 말았다.

A씨처럼 착한 가격으로 패션 자존심을 지키는 ‘불황 간지족’들이 뜨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지난해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recession)과 최신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 ‘패셔니스타’(fashionista)의 합성어인 ‘리세셔니스타’가 불황 속 신소비 풍속을 주도하고 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제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라 해도 자기과시 욕구나 아름다움 추구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무조건 없애고 살 수 없다”며 “불황기에 발맞춰 저렴한 가격에 한해 기존 아이템들을 새롭게 재배치하는 등 또 다른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리세셔니스타들은 오히려 경기 불황기를 고품질·고가 아이템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현명한 소비의 호기’로 활용하며, 이를 추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유통하는 데 능하다.

또 이들은 조끼, 구두, 립스틱, 스카프 등 싼 비용으로 정장과 캐주얼을 넘나들며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품목을 즐겨 찾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맞서 이 같은 소비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프랑스의 부르주아 메이크업의 경우에도 가격이 저렴한 리세셔니스타 컬렉션 마스카라와 립글로스를 출시하는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리세셔니스타를 겨냥한 마케팅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한국도 장기 불황으로 인해 백화점 매출은 줄어들고, 브랜드 아웃렛 상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가계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월에는 롯데, 현대 등의 백화점 의류 매출이 0.3% 줄어든 반면, 리세셔니스타들이 즐겨 찾는 금천구의 마리오아울렛의 의류 매출은 14.3%가 늘었다.

특히, 리세셔니스타를 주 소비층으로 공략해 브랜드의 이월 및 기획 상품을 싸게 파는 패션몰 아이스타일24는 1~2월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0%나 폭주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이스타일24 이린희 마케팅팀장은 “불황기인지라 작은 쿠폰 하나로도 매출이 금세 차이가 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싸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며 “한정된 금액 안에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우리 같은 유통업자도 놀랄 만큼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획득하는 등 소비가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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