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미국의 여성들이 뿔났다. 미국의 마더 존스(Mother Jones)와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자본주의의 소모품으로 되어 기계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처지에 대해 분노하여 인간 해방, 여성 해방을 선언했다.

이에 유럽의 여성 노동자들과 진보주의자들도 공명을 표하며 자본주의 모순을 비판하고 인간 해방과 여성 해방을 주장하였으며,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행동의 날을 기념하여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삼게 되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태생부터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경제적 번영과 착취의 얼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쟁의 파괴와 점령의 얼굴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는 한 손에는 경제, 다른 손에는 전쟁을 쥐고 정치적 국면에 맞춰 경제와 전쟁의 카드를 사용해 왔다. 20세기 양차대전이나 그 이후 수많은 전쟁 역시 그랬다.

2007년 이래로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 위기는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치닫고 있다. 경제적 위기 속에서 낮은 목소리의 ‘전쟁이 올지도 몰라’라는 소리가 전문가들이나 정치가들 속에서 울리고 있다. 심지어 일반인들 중에도 ‘전쟁으로 세상을 뒤집어야 해’라는 소리가 들린다.

20세기 전쟁은 여성을 사회적 존재로 키웠다. 전쟁 때문에 남성이 전선으로 동원되어 나간 공장을 여성들이 돌리며 당당한 노동자로 사회인으로 변모했고, 급기야 보편적 투표권을 얻어 국민, 시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반면 자본주의 전쟁은 여성을 피해가지 않았다. 전쟁 때문에 여성들이 전선으로 동원되어 ‘군 위안부’로 수치를 겪어야 했다.

또한 세계 냉전시대 최초 동서 간의 충돌이었던 한국전쟁에서도 수많은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학살을 당했고 성폭력을 당했다. 한국전쟁도 여성을 피해가지 않았다.

최근 한국이나 북한 모두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적 위기 속에서 남한의 여성들은 해고 ‘0순위’의 두려움 속에서 비정규직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여성들, 특히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의 두려움 속에서도 생존의 조건을 찾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수만 리 길을 헤매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많은 남북 여성들이 생존권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남북의 엄청난 경제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크게 보면 다르지만도 않은 게 오늘날 우리 여성들의 현주소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위기는 취약계층인 여성에게 먼저 오는 것은 남이나 북이나 다르지 않다.

10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아닐까.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