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 그리고 ‘섹슈얼 딜레마’
일과 사랑, 그리고 ‘섹슈얼 딜레마’
  • 강선미 / 전문기자·여성학 박사
  • 승인 2009.03.13 10:32
  • 수정 2009-03-1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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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직장에서 유부남 간부와 미혼녀 신입사원이 몰래 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경영주는 어떻게 할까? 회사가 사내 부부 중 남편 과장은 내보내고 부인 대리는 남겨두는 결정을 내릴 경우 무슨 일이 생길까? 영업부의 유능한 여성 과장이 주요 고객이나 경쟁 회사 부사장과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직원의 입장에서 사장과의 은밀한 관계가 의심되는 여성 동료가 자신이 원하던 승진 기회를 먼저 가로챘다면 어떨까?

여성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직장에서는 관리자, 직원 모두에게 성가신 문제가 하나 생겼다. 소위 ‘성적 딜레마(sexual dilemmas)’라는 것이다. 이는 직업관계에서 형성되는 성적 친밀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조직관리 상의 난제들을 뜻한다.

2007년 현재 5인 이상의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42.4%다. 2008년도 전문대 이상 졸업자 중 여학생 비율은 49%다.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29.1세, 남성 31.1세이다. 직장인들의 만혼화 현상이 일반화되고, 여성 근로자의 비율이 증가하여 종일 남녀가 얼굴을 마주하며 일하게 된 상황이다.

공사를 엄격히 구분해 온 조직사회의 기본 질서에 이리저리 구멍을 내는 ‘일과 사랑’의 퓨전 현상은 이미 사회문제다.

지난해 8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30대 직장인 1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가 직장 동료와 몰래 데이트를 해봤다고 답했다.

몰래 데이트를 하는 이유 중에는 ‘부적절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8.7%였다. 그리고 54.4%가 ‘사내 몰래 데이트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남녀의 경력 과정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변화다.

표면상 관리자들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사내 연애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무관심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형성되는 사적인 관계는 임금·승진 협상에서 여타 직원들의 편애 시비를 부르고, 상부 결정에 대한 불신풍조를 만연시킬 수 있다. 때로는 성희롱 시비도 부른다. 그리고 관계가 결렬되어 어느 한쪽이 그만두면, 회사는 아까운 인재를 잃게 된다.

남성지배 사회에서 사내 스캔들에 휘말릴 경우 피해를 입는 쪽은 아직도 대부분 여성들이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가혹한 비난이 쏟아지는 성에 대한 이중 기준 때문이다.

몰래 데이트가 들통이 날 경우 여성들은 승진 기회를 잃게 되기 쉽다. 또 여성들은 누군가를 유혹한 ‘마녀’가 되어 조직원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상사·부하직원인 남녀 중 관계를 위해 어느 한 쪽이 퇴사해야 한다면 대부분 경력도 짧고 임금도 낮은 여성이 된다. 전문직, 공직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사내 연애의 좋은 점도 있다. 이성에 대한 호감이 직장의 활력소가 되고 창의성을 높이는 연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관계에 대해 관용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사적인 관계로 비난을 받을 경우 여성들은 남성들과 평등하게 일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

성적 딜레마에 대한 성인지적 조직관리 방식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정책적 관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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