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상한선 폐지 공무원시험 ‘다크호스’로 부상할 듯
살림과 육아 부담 속에서 미래 위한 ‘무한도전’

# “애 키워놓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또 잘려나갈 걸 생각하면 막막해요. 마흔 되면 우리는 계산원 말고 할 것도 없잖아요. 쌍둥이들에게 최소한 교육만이라도 제대로 시키고 싶고 남편에게도 힘이 되고 싶어요.”(김신애·32)

 

# “결혼 전에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다가 아이를 기르면서 그만두고 집에만 있었는데, 후회가 많이 됐어요. 게다가 경제한파로 남편의 일마저 어려워져 친정엄마 생일선물 사는 것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자신감을 되찾아 아이들과 저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싶어요.”(박○○·35)

 

공무원이 되기 위한 3040 아줌마들의 도전이 거세다. 올해부터 공무원 공채 응시 연령 상한선이 전격 폐지됨에 따라 생긴 새로운 트렌드다.

가사와 육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주부들에게 노후까지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생활과 수입, 복지를 보장하는 공무원 시험은 놓칠 수 없는 호기다. 게다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 한파로 맞벌이를 요구하는 시대 상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공무원 시험의 메카인 노량진 학원가에는 주부 및 직장인들을 위한 특별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같은 새로운 현상이 ‘공시’ 열풍에 어떤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9급 공채 연령별 원서 접수 현황 통계를 확인한 결과, 종전 응시연령 제한으로 지원이 불가능했던 33세 이상 지원자가 1만 2607명(전체 8.9%)을 차지했으며, 그 중 기혼 가능성이 높은 33세 이상 여성은 2925명(전체 4.4%)으로 집계됐다.

노량진 학원가에 따르면, 공시에 도전하는 주부들은 상당수가 30대 초중반으로 결혼 전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고학력·중산층 이상의 미시족들이다. 이 같은 현상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가 구체적인 지표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노량진 학원가와 공직 안팎에서는 아줌마 공무원들의 유입이 공직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한다.

주부 특별반을 기획한 이그잼 고시학원 수험전략연구소 노종태 이사는 “주부들을 상담해보면 특유의 세심함, 포용력, 모성 본능 등을 활용,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이러한 능력이 항의와 갈등을 다루고 원활한 대민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1일 9급 공무원 시험을 앞둔 노량진 학원가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살벌했다. ‘88만원 세대’ 무리 속에서 유독 눈에 띈 박모(35)씨는 학원 복도 한편에서 휴대전화로 화상통화를 하며 우는 세 살배기 아들을 달래고 있었다.

아이를 친정에 맡긴 채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박씨는 “아토피도 심하고 몸이 약해 자꾸만 울며 나를 찾는 아들이 눈에 밟혀 공부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에 대한 죄책감도 커진다”며 “아이가 자주 아프다 보니 꼭 나 때문에 그런 것만 같아 시댁과 남편에게 눈치가 보여 이번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있는 박씨는 그나마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가족시간표’에 맞춰 일상이 구성되는 대부분의 주부들은 사실상 자신을 위해 학원비를 투자하고,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 방에 보낼 별도의 육아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주부들은 가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재택 동영상 강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노량진 학원가 인근의 동작도서관에서 만난 최모(30)씨는 “애를 맡기고 공부하는 것도 미안하고 또 불경기여서 학원 수강은 포기하고 있는데, 막상 혼자 공부를 하려니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이러다 중간에 포기해버리게 될까 초조하다”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같은처지의 주부들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더 적극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20대들과 경쟁하며, 가정의 모든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주부들의 수험 환경은 사실 20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무한도전’이다. 때문에 노종태 이사는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본인의 절박한 의지와 1년 이상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솔직히 권하기 어렵다”면서 “또 무엇보다도 본인의 확고한 의지만큼이나 남편의 외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조건 아래 고군분투하는 3040 아줌마들의 도전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 또 공무원 시험 판도에 어떤 변수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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