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알바도 많지만 제2의 자기계발 수단으로 활용
조씨는 “주말에 틈틈이 작업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으나 막상 결과물이 나오니 너무나 뿌듯했다”며 다른 알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여성월간지에서 5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우진아(31·가명)씨는 한 여성병원 홍보일을 맡고 있다. 병원 홍보 글을 쓰고 블로그를 관리하는 일이라 회사 일에 지장 받지 않으면서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어 2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 측으로부터 직접 제의를 받을 때, 혹은 자신의 글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가 늘어나는 통계를 볼 때마다,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이 크다. 우씨는 “여러 외고 작성 등의 알바가 내 영역을 넓혀주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직장인들에게 아르바이트가 제2의 자기계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또 다른 통로가 되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생계형 알바일지라도 일상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인 알바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에서 전국 직장인 1101명을 대상으로 ‘부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5.5%가 ‘본업 이외 다른 부업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이중 12.9%는 부업 종류가 2가지인 이른바 ‘스리잡’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알바 유무를 떠나 ‘어떤 알바를 하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에 뛰어들어 새로운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 외에도 알바를 일상의 활력소로 삼는 사례도 있다.
대학생 때 과외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김영진(29·가명)씨는 출판사에 취직한 후 3년차가 된 올해부터 다시 과외교습을 시작했다.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 지친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시작했다. 김씨는 “13살 초등학생을 주말마다 만나는데 같이 책을 읽고 글쓰는 시간을 가지면서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좋은 기운을 받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외는 다른 알바에 비해 고소득에 속하기 때문에, 김씨 같은 과외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신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G과외알선업체에 등록한 11만여 명의 과외교사 중 대졸자는 2만348명으로 이 중 절반인 1만여 명이 ‘투잡족’인 직장인들이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영옥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알바를 제2의 자기계발 수단으로 여기는 여성보다, 생계로 인해 여러 알바를 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직장인의 아르바이트는 생계형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가장 많다. 최근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www.albamon.com)이 아르바이트 구직자 15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찾는 중요한 이유로 ‘주수입 외 부수입 마련(2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생계비 및 주 수입원 마련을 위해 찾는다’는 응답도 22.1%에 이르렀다. 젊은 여성들 사례처럼 ‘취업 준비 및 경력관리’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13.8%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