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축전 입장권 학생 강매 의혹
"학생이 시의 소유물이냐" 비난 일어

오는 8월 7일부터 80일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이하 도시축전)의 입장권에 대한 단체 강매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입장권 구매를 요구한 주된 대상이 인천시내 초·중·고교 학생인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거세다. ‘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라는 행사 주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구시대적 학생 동원이라는 지적이다.

도시축전은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안게임과 함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대형 국제행사. 도시축전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입장권을 인터넷과 인천시 금고은행(신한은행)을 통해 예매하고 있다. 예매 첫날 5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을 비롯해 순조로운 예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인천시와 조직위 측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입장권의 구매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순조로운 예매는 아니다.

강매 의혹의 발단은 지난달 9일 인천 평생학습관에서 있었던 ‘2009 인천 교육정책 설명회’. 인천 A초등학교의 김모 교장은 “정책 설명회 때 배포된 책자 속에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도시축전 입장권 가격일람표도 배포됐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시 관계자가 지금 입장권을 사면 행사 당일보다 3000~4000원 정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으니 4월 안으로 입장권을 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입장권 강매 의혹은 김 교장의 입에서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B초등학교의 윤모 교장 역시 “인천시가 나서서 입장권 구매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교장은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입장권 문제에 대한 토론은 일절 없이 설명만 있었다”면서 “아이들과 교사들의 의사는 전혀 듣지 않고 시 관계자 마음대로 행동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입장권 관련 발언의 장본인은 도시축전 조직위 관계자 유모씨. 유씨를 비롯한 도시축전 관계자들은 입장권 강매 발언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유씨는 “교육자들도 인천시민의 일원인 만큼 시정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 것뿐”이라면서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권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준 것뿐인데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얼마 전 학교 이름으로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C고등학교의 최모 교장은 “굳이 교육자들이 모인 자리에서까지 관제 행사를 홍보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인천시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교장은 “순진한 학생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 행사의 인기도를 높이려는 공무원들의 구시대적 사고가 한심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