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감독이 던지는 관용과 구원의 메시지
노장 감독이 던지는 관용과 구원의 메시지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06 14:33
  • 수정 2009-03-0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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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 토리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은퇴 선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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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은퇴한 노인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부인까지 잃은 그의 유일한 친구는 애견 데이지뿐, 집을 차지하려고 양로원을 종용하는 아들이나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장난을 치는 손자, 모두 이사 가고 동양인 이민자들만 남은 이웃 모두가 그에게는 경계 대상이다.

죽은 아내의 부탁이라며 고해성사를 하라는 신부에게마저 “가방 끈 긴 스물일곱 살 숫총각”이라며 냉소를 던지던 고집불통 노인의 일상이 어느 날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변화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2004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후 오랜만에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그랜 토리노’는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과 구원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완고한 노인이 이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마음을 연 후 그들을 위해 인생의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제작비 33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로 개봉 첫 주 6개 스크린에서 시작한 ‘그랜 토리노’는 입소문을 타고 2800여 개로 상영관을 확대하면서 5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느 날 이웃집 몽족 소년 타오가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아끼는 자동차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다 들킨 것을 계기로 평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와 몽족 이웃의 교류가 시작된다. 타오 가족을 괴롭히던 갱단을 “한국에서 네놈들 시체를 쌓아서 방패로 사용했다”며 쫓아낸 그는 순식간에 이웃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한국전 참전 당시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던 월트는 베트남전쟁 후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몽족의 과거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닫아뒀던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다. 가족도 이해 못 하던 자신을 동양인들이 이해해준다는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타오에게 월트는 일하는 기쁨을 알려주고 철없는 소년이 자신으로 인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보람을 느낀다.

남자가 없는 가족에서 역할모델을 찾지 못하던 타오는 월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월트와 타오의 교류는 단순한 이웃의 관계를 넘어 서로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타오의 누나가 갱단의 보복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월트는 타오를 대신해 홀로 ‘적진’으로 향한다.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곁에는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누군가가 있습니까”라고.

‘그랜 토리노’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영화의 매력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우리 집 개는 잡아먹지 마라”는 월트에게 “개는 안 먹고 고양이만 먹어요”라고 재치 있게 대답하는 몽족 소녀 수의 대화 등 인종차별적일 수 있는 발언들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경제 위기를 겪으며 점점 보수화되어 가는 미국 사회에 그의 용기는 관용과 구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월트라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정에 담아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존재감은 영화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이 영화를 끝으로 연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30년생으로 곧 80세를 맞이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없는 선수로 링 위에 오래 버티지는 않겠다”고 했다는 그의 말은 세상에 던지는 또 하나의 충고다.

감독·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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