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러웠던 꿈, 그래도 나는 내일을 꿈꿨다"
"사치스러웠던 꿈, 그래도 나는 내일을 꿈꿨다"
  • 김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3.06 13:46
  • 수정 2009-03-06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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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파독 간호사 모습 속 이주 여성 애환 발견
‘고독과 소외’의 타국생활서 ‘세계시민 의식’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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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스무 살 나이에 파독 간호사로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의대에 진학해 의사로서 자신의 꿈을 성취한 저자 이영숙(56)씨.

일곱 자매의 맏딸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 타국으로 떠났던 그의 젊은 시절은 현재 우리 시대 국제결혼 이민자, 이주 여성 노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업과 청춘을 포기하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으로 떠나야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은 단순한 개인적 역사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난’을 ‘다름’을 ‘약자’를 배척하지 말고 우리의 이웃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우리 병원에는 한국 간호사들이 30명 정도 일하고 있었는데 독일에 온 동기도 가지각색이었고 제일 어린 P와 나부터 시작해 40대 중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20대 중반이 다 돼가는 언니들은 3년 동안 돈을 벌어서 결혼 밑천을 마련한 다음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고, 나이든 분들 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을 한국에 두고 돈 벌러 온 사람도 있었고, 남편이 먼저 독일에 와서 광부로 일하고 있어서 간호보조사 교육을 받고 따라온 사람도 있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결혼이란 수단 아래,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고 타국까지 오게 된 외국 여성이 처한 상황은 30여 년 전 저자가 처했던 상황과 별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지사지’란 말처럼 서로 처한 입장을 바꿔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99년 ‘슈베비셰스 탁블라트’란 매체 독자란에 ‘서로 다른 여러 세계의 시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독일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에서나 독일에서나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그런 느낌이 지속될수록 정신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30여 년간 독일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감정을 “나는 세계 시민인가”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해결해 나간다. ‘세계 시민’이란 개념은 책 첫 장을 장식할 만큼 저자에겐 평생을 따라다니는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그는 “요즘같이 현대화되고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우리는 빠른 정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여러 세계의 시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씨는 독일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내 경우는 고향이 한국과 독일로 나뉘어 있다. 내게 두 나라는 광범위한 사랑의 끈들로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끈’이란 한국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등록금 없이 의대에 다닐 수 있었던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감사, 독일인들과의 국경을 넘어선 인간적인 사랑, 독일인 남편과의 사랑 등 저자를 독일이란 나라와 이어주는 경험과 감정들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어떻게 독일에서 그 힘든 의대를 졸업했습니까?”라고 물으면 “이 모든 어려운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랑의 끈’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대답한다.

그 ‘사랑의 끈’들이 저자의 가슴속 꿈을 끄집어내고 낯선 땅에서도 주눅 들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날이 갈수록 외국인 이주자들이 늘고 있다.

우리 땅에서 이영숙씨처럼 마음속 꿈을 펼칠 수 있는 이주 여성들, 국제결혼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배려와 제도를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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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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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씨는



전남 해남 출생. 1972년 독일로 건너가 에센 병원 간호보조사로 취업했다. 1978년 튀빙겐 대학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1981년 독일인 유르겐과 결혼했다. 1987년 뇌종양 재발로 남편이 사망한 뒤 이후 튀빙겐에서 개인병원을 열고 의료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2005년 남편과 유사한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하는 등 투병생활을 하다 2007년 척추암이 발견돼 병원문을 닫았다. 올해 방사선치료로 척추암을 이겨내고 독일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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