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다솜이재단’ 무료 간병인 서비스
일도 하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일석이조’

지난 2월 6일 늦은 오후 부천 순천향병원 소아병동의 한 병실. 5명의 어린 환자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에 귀를 기울이거나 선잠에 빠져 있었다. 침대를 놀이터 삼아 제자리 뛰기를 하는 아이도 눈에 들어왔다. 창문 사이로 가늘게 들어오는 빛 때문인지 병실 안엔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 순간 정적을 깨고 어디선가 곧 숨이라도 멎을 듯 컥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독 사방에 커튼을 두르고 있던 구석자리 병상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한 중년 여성이 뭔가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숨소리가 편안해졌다.

“6년 전 난치병을 앓은 후 지금은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아이예요. 최근 폐렴 합병증으로 입원했는데, 3~4분 간격으로 가래가 숨구멍을 막아 이렇게 직접 빼내주고 있어요.”

간병인 김준희(49)씨가 이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건 3주 전부터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화장실에 갈 때만 빼곤 늘 어린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

병원에 오기 전 6년을 꼬박 하루 24시간 잠도 못 자고 이 아이를 돌봤을 엄마를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은 절로 사라진다.

“병원에 온 후 처음엔 아이 엄마가 혼자 돌봤다고 해요. 그동안 쌓였던 피곤이 몰려와 건강이 안 좋아진 모양이에요. 어린 동생도 돌봐야 했으니까요. 사정을 들은 병원 측에서 다솜이재단에 무료 간병인을 요청했고 제가 오게 된 거죠. 비록 반나절이지만 아이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에요.”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다솜이재단에서 무료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다솜이재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 가장을 간병인으로 고용하고,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무료 간병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2004년 교보생명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을 시작했고, 2007년 11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 직원들에게 매달 인건비 84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씨처럼 무료 간병인들은 교보생명 지원으로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업무 강도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4대 보험이 지원되고 퇴직금 제도도 있어 사설 간병업체보다 대우가 좋은 편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4년간 간호조무사로 일했다. 결혼과 동시에 그만뒀지만 학창시절부터 동경했던 일이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서 7년간 수발 봉사를 했고, 수녀들이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적 기업을 통해 평소 하고 싶었던 간병인이 됐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잖아요. 힘든 것보다 보람이 더 크죠. 재단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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