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월, 그 잔인했던 봄을 기억한다. 언젠가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밑거름이 되어 난치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난자 기증을 한 이들은 황우석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그러나 그녀들은 온갖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몸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병을 앓아야 했던 피해자들은 취재에 응하는 것을 꺼려 했었다. 설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기사를 작성해 그녀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다행히도 피해자 중 2명이 용기를 내어 국가와 의료법인 성심의료재단(미즈메디병원), 한양학원(한양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결심했다. 소송이 진행된 4월 21일, 여성단체 회원들과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김진 변호사가 희망을 모아 ‘난자 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의 온기도 또렷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

당시 소송에 참여한 난자 채취 피해 여성들은 가끔 늦은 새벽에 문자를 보내왔었다. 요즘은 어떤 기사를 쓰고 있는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인사도 있었고 힘들지만 이번 소송을 잘 진행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도 있었다.

소송 후에도 후유증으로 잠 못 이루고 있는 그녀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아린 가슴을 안고 답문을 전달했었다. 

난자 기증을 위해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했을 때부터 복부 팽만감과 고열에 시달렸던 이들은 기증 이후에는 숨쉬기가 힘들고 배가 계속 불러오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체중이 7㎏이나 줄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피해자도 있었고, 한의원과 정신과를 오가며 우울증으로 인한 신경과 치료를 받는 피해자도 있었다. 

같이 소송을 진행하는 이는 고작 2명이었지만 이 여성들은 혼자가 아님을 크게 기뻐했었다. 다시는 이런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승소를 빈 지 3년 만에, 이 소송은 한 남성 부장판사로부터 무참히 기각됐다.

기각 결정 판결에서 판사는 “원고들이 시술 과정에서 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했으나 이것은 원고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합병증이 심각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을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줄기세포 연구 성공이 곧 국익으로 연결된다는 부풀려진 상황에서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어찌 국가의 책임이 아닌가. 원고들이 고통스런 후유증에 시달렸음에도 ‘합병증이 심각하지 않다’는 근거는 누가 입증해낼 수 있는가. 그녀들의 소송을 지원했던 34개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피해 여성을 포함한 난자 기증 여성들의 건강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고, 생명과학 연구에서의 여성인권 침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었다”고 토로했다.   

지독하게도 잔인했던 2006년의 봄이 2009년인 지금 다시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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