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칭 부르기’ 예사…고가 선물에 스킨십까지
부모 잣대 아닌 아이 눈높이로 상황 판단해야

#사례 1

서울 A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이진호(가명)군과 김나영(가명)양은 소문난 단짝이다.

이들은 보통 친구가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은 ‘공인 커플’이다. 이들은 서로의 애칭을 부르며 하루에도 10여 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들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열세 살 어린이의 문자 메시지가 맞는지 의아해하게 된다.

흔히 또래 어린이들이 즐겨 쓰는 별명이나 은어가 아니라 ‘우리 자기’라는 말로 메시지가 시작된다. “우리 자기 오늘 내 생각 얼마나 했어?” 이군이 김양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이다.

#사례 2

부천 B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박민준(가명)군과 최서영(가명)양 역시 소문난 ‘공인 커플’이다. 다가오는 화이트데이(3월 14일)는 최양의 생일이기도 하다. 박군은 벌써부터 무엇을 선물할까 궁리 중이다. 선물의 내용과 가격을 들어보니 경악할 수준이다. 초등학생의 지출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5만원 상당의 선물이다. 박군은 선물 구입비의 출처를 설날 세뱃돈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박군의 마지막 목표는 친구들과 성대한 파티를 연 뒤, 단둘이 노래방에서 최양과 키스를 하는 것이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위의 사례처럼 당당하게 연애를 즐기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좋아하는 친구의 이름만 떠올려도 얼굴이 빨개지고, 좋아하는 친구와 일부러 마주치려고 그 아이의 집 앞에서 서성이며 가슴을 졸이던 일, 혹여 친구들 사이에서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손사래를 치던 순수한 사랑의 시대는 이미 물러간 지 오래다. 어린이 커플의 연애 수준은 20대 성인 커플의 데이트 코스를 뺨칠 정도로 대담해졌다.

“○○이 □□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이후부터 오히려 당당하게 공개 연애를 즐긴다. 기념일이 되면 친구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친구들에게 축하금의 형식으로 돈을 걷는 것은 예사다. 학교에서 조별 수업을 할 때나 이동을 할 때에도 부부처럼 따라다닌다. 게다가 예전 같으면 금기시되었을 스킨십도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을 무턱대고 반대하고 혼을 내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국아동상담센터 이영민 연구원은 “부모의 잣대에서 상황을 보지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부모의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만큼 연애에 대한 생각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아이의 이성교제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가 나서서 축하해주라고 덧붙였다. 혼을 내거나 반대하게 되면 아이가 부모 몰래 더욱 비밀스럽게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가 이성교제를 시작하면 성에 대해 알기 쉽고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스킨십에 대해서 확실한 경계를 그어야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서도 건전하게 교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동성 친구 관계도 꾸준히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이성 친구에게만 정신이 팔리다 보면 꼭 필요한 동성 친구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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