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기에…우울한 샐러리맨들
돈이 뭐기에…우울한 샐러리맨들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27 15:38
  • 수정 2009-02-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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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와라" 회사에서 치이고 가정에서도 치이고
일부는 부업으로 돌파구 모색…투잡 현상 확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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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영업부 차장 김종훈(40·가명)씨는 요즘 실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 사무실에 걸린 수주 현황판엔 자신의 이름이 기록된 내용 없이 수일이 지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제 ‘한 건’ 올렸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얼마 전에는 아침에 영업부 전 직원이 이사실로 불려 들어가 ‘실적 없는 사람은 회사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단체 꾸지람을 들었다. 잘 나가던 회사, 고공행진 하던 실적은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뚝 떨어졌다.

영업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정직하게 거두는 직종이라지만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발품을 팔고 돌아다녀도 소용없다. 거래처들이 지갑을 열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회사가 자신을 ‘돈 벌어오는 기계’로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하고 의욕은 날로 떨어지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 중소 IT기업에서 웹사이트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는 유강호(28·가명)씨는 최근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획안을 제출하라’는 팀장의 성화에 회사 다니는 것이 괴롭다. 고객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 같은 것은 상관하지 말고 오로지 돈 벌 궁리만 하란다.

제휴할 업체 어디 없나 찾아보고 인맥을 총동원해 전화와 방문도 해보지만 제대로 성사되는 일이 없다. 제 시간에 퇴근해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일 만큼 매일매일 팀장의 눈치를 보며 야근한다. 피로 누적으로 점점 짙어지는 다크서클과 노래지는 얼굴 때문에 사람 만나기도 민망하다.

 

회사 경영 악화로 실적 스트레스 부담 극심

경기불황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된 회사들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전부들 어렵다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이익을 거둔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 치기’와도 같은데, 회사에서는 성과를 요구하고 만약 이를 해내지 못 할 때에는 잘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얘기다.

특히 실적이 생명인 영업직원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

신문사 광고 영업부장인 안모(45)씨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는 광고도 사치라며 하던 광고도 다 끊는 형편인데 누가 광고하려고 지갑을 열겠느냐”며 “지난해 말부터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적부진 탓에 월급도 줄어 힘이 드는데 회의 때마다 사장에게 큰소리 듣고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아 자존심이 상해 직장을 그만뒀다”며 “지금은 지인의 회사에서 도배일을 배우면서 일하고 있는데 수입은 별로 없어도 마음만은 편하다”고 했다. 

완구업체에 다니는 영업 신참내기 권모(30)씨는 “영업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탄력을 받으면서 실적을 많이 올릴 수 있다고 들었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잘 모르는데 벌써부터 돈 벌어오라 실적 타령 하는 회사 때문에 부담된다”고 말했다.

연봉 협상을 앞둔 인사 담당자들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돈 문제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직원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난감하고 또 협상 이후 발생되는 임직원 사기 저하와 이직 증가까지도 우려된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상사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고 자리보존하기 위해 이마에 참을 ‘인’자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새기면서 괴로움을 참는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돈’ 스트레스가 부업으로 이어져

돈 스트레스는 회사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계속된다.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부족해져 어려운 살림 탓에 가족 간에도 돈 문제로 마음 상하는 일을 겪고 있다.

임신으로 휴직 중인 직장인 주부 윤미라(30·가명)씨는 “임신으로 몸이 너무 무거워지고 힘들어 휴직하려고 할 때 남편이 ‘둘째 아이 가지면서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계속 직장에 다니기를 바랐다”며 “휴직 후에도 집에 있으면 부업이라도 해보라고 은근히 강요하는데 눈칫밥 먹기 싫어 부업거리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난영(28·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부업으로 주말을 이용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부모님이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부업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부모님의 입장을 십분 이해는 하지만, 직장일 하는 것도 버거운데 주말에도 부업을 하고 있으려니 우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 뿐이라고 했다. 

돈 스트레스가 직장인들의 부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고 교정이나 기고, 온라인 사이트 홍보, 홈페이지 디자인, 주말을 이용한 음식점 서빙 아르바이트 등 직장에 다니면서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인기 부업 아이템.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101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부업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15.5%가 본업 외에 다른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부업을 할 예정이란 직장인도 66.9%나 됐다.

수입이 줄어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거나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직장인들의 투잡 붐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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