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용기로 대한민국 바꾸는 10대들
상상력과 용기로 대한민국 바꾸는 10대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27 12:17
  • 수정 2009-02-27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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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부터 동성애 운동까지
청소년 NGO 활동가 10인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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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윤지는 중학교 학생회장 시절 학교 후문을 개방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했다. 학교 매점이 문을 닫자 학생들이 담을 넘기 시작했고, 불가피하게 교칙을 어기는 일이 반복됐던 것이다. 간식도 그렇지만 급하게 필요한 문구를 살 곳이 없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교생 1200명 중 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후문을 개방하면 학생들이 탈선할 것이라며 의견을 묵살했다. 결국 학생들은 매점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담을 넘어야 했다.

“후문 개방 사건 이후로 생각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화가 났던 건 우리의 문제를 왜 선생님들이 결정하느냐였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어른들도 학생들도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윤지는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고등학생이 된 윤지는 어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진짜 주인인,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19살 리인은 ‘띵’이다. 띵이란 십대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은어다. 리인은 지난해 대입을 코앞에 두고 11년간 해온 오르간 대신 사회복지학과로 진로를 바꿨다. 동성애 청소년 상담가가 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부터 넉 달간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에서 십대 거리 상담 퀴어뱅 상담원으로 활동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번은 띵 친구가 애인과 헤어지고 죽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자해를 한 적도 있었고요. 20~30대 전문 상담가 선생님들은 자해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였죠. 하지만 십대들의 세계에서 자해는 과시용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문제는 자해가 아니라 애인과의 관계를 해결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결국 제 통역 덕분에 잘 해결할 수 있었죠.”

청소년 상담가는 많다. 하지만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나 띵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게 리인의 생각이다.

“띵들에게 ‘누구나 한때 동성애자라고 느낄 수 있다. 이성을 사랑하며 사는 게 바른 일이다’라고 말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래서 전 진짜 띵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상담원이 될 거예요. 같은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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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정세대’는 부제 그대로 ‘상상력과 용기로 세상을 바꾸는 십대들의 이야기’로 팔딱인다. 한반도 대운하의 시시비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48일을 걸은 청소년 강 탐험대 ‘강강수월래’가 그렇고, 촛불 집회 초기부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18살 지인이가 그렇다. 16살 창숙이는 청소년 YMCA 공동회장을 맡아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운동을 이끌고 있고, 18살 리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마웅저씨의 우리말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촛불 집회를 이끈 십대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6개월간 학생자치, 인권, 성, 생태 등 10개 분야에서 청소년 NGO 활동을 하는 십대들을 만났다. 그 결과 발견한 것은 새로움이 아닌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풀뿌리 NGO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고, 어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묵묵히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이라는 독특한 사회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부딪쳤고, 지원군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함성을 지르며 나타난 작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한국의 십대들이다. 교육 파시즘과 인권 탄압의 현장에서, 십대들은 스스로를 구원하고 이제 어른들도 구원하려 하고 있다. 눈물 날 일이다. 내 생애, 누구에겐가 이렇게까지 고마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

열정세대 (참여연대 기획, 김진아 외 지음/ 양철북/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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