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밑줄을 쳤더랬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낯선 여자에 눈길이 가는 것은 짧은 치마를 입어서가 아니라 그 여자에게서만 발산되는 매력이 있어서다.
남자가 저질이고 음탕해서가 아니다.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껴서다. 이렇듯 시오노 나나미는 남자로 하여금 의기소침이 아니라 시나브로 떳떳함이 생겨나도록 살랑살랑 부추긴다. 게다가 여자들에게 상처를 입은 남자들 아픔까지도 치유한다.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예컨대 ‘불행한 남자’를 읽으면 ‘행복한 남자’로 거듭날 것이다. 마흔을 넘은 남자의 경우, 운이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어떤 성격에 기인한다고 일침을 놓는가 하면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훌륭한 생각만을 밀고나가려 해도 그리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고 살며시 약방문을 건넨다.
특히 내 경우엔 나이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마흔에 들어서도 남자가 흔들리는 것은 ‘우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것에 있다’(201쪽)는 구절이 좋았더랬다. 이윽고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만족하게 해낼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세상이 어떤 평가를 하든 행복한 남자다’에서 큰 위안을 받은 적 있다. 해서 매력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에게 동정은 하지만, 사랑해주고 협력을 아끼지 않는 쪽은 행복에 찬 사람에 대해서다”(203쪽)는 귀띔에 밑줄 그으며 빙그레 반겼더랬다. 무엇이 남자를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는지를 곧 깨쳤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 ‘여자의 본성에 대하여’도 조곤조곤 설명한다. “진짜 여자는 남자와 동등해지려는 구두쇠 같은 짓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라든지 어쨌든 여자는 말하고 싶은 존재다.
아니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는 식으로 여성 속내를 까발린다. 어디 그뿐인가. 여자에게 연애란 자기 속에 있는 생명력에 눈뜨게 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머리 좋은 남자에게 건배!’(313쪽)하자고 외친다. 요컨대 머리 좋은 남자란 무엇이든 제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에 의해 판단하고, 그 때문에 편견을 갖지 않고, 무슨 무슨 주의 주장에 파묻힌 사람에 비해 유연성이 있고, 더욱이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진 남자라면서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가 될 것을 충동질한다.
남자들이여, 이젠 더 이상 긴장하지 말자. 인생이란 어느 정도 낙관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지 않던가. 언제나 긴장하고 있는 사람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는 모여주지 않는다고 이 책은 가르치니…. 여자로 하여금 내 남자가 앞으로 성공할지 참고하기에 ‘딱’이다.
남자들에게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한길사/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