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들의 변화에 대해 교육해 달라"
한국의 페미니스트 어머니의 간절한 주문

최근 들어 여자들은 익명의 남자들에게 당하는 잔혹한 폭력들로 인해 신체적·심리적 공포와 위협을 느끼는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편 많은 여자들이 또한 약해지고 사회적으로 주변화되어 가는 구체적인 집안의 남자들, 즉 아들이나 오빠 혹은 남동생들의 추락하는 남성성 때문에 걱정하고 우려하고 있다.

내 주변의 여자들도 자의식 강하고 독립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딸을 키워내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지만 아들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무서운’ 시대에 딸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독립적인 아들을 키워낸다는 것 역시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엄친아’가 아닌, 그냥 중산층 집안에서 보통으로 착하고 규범적으로 키워낸 아들의 남성성은 이 어려운 시대에 절대 온전하지 못하다. 이들의 남성성은 어머니에 의해 철저하게 보완되고 방어된다. 한국 드라마의 시어머니를 보라. 아시아의 한국 드라마 팬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시어머니 캐릭터다.    

오늘 오후에 씩씩하고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60대 페미니스트 선배를 만났다. 그녀는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서도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용감한 여성이다.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 삶의 반경을 바꾸고 사회관계들을 새롭게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들 문제에 있어선 그녀는 아들의 무사함을 비는 데 거의 종교적이 된다. 외환위기 때 대학을 졸업하고 강한 글로벌 지향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경쟁적 삶을 살아온, 이제 40대가 되는 아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속수무책의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 아들의 남성성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졌는데, 새로운 문화의 세례를 받으면서 만들어진 며느리와의 관계에서는 유지될 수 없다. 그녀는 매일 아들과 며느리의 안전과 무사함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녀의 아들은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매 단계 진입 때마다 추락을 경험했고, 경제적·사회적으로 자신의 준거집단으로부터 주변화되어 가고 있다.

자기의 준거집단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변화하는 이 사회에서 그 아들은 더 이상 정상적 남성성을 유지할 수 없다. 어머니로서 그녀는 아들의 고통과 함께한다. 그녀는 아들의 삶을 그대로 추락하게 놔둘 수 없다. 몸으로라도 그 추락을 떠받쳐서 추락을 막거나, 그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녀는 며느리와 아들 사이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자주 며느리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며느리의 수다를 들으면서 아들과의 관계를 진단한다.

아들이 원하기 때문에 그녀는 아들의 남성성을 유지해주려고 하지만, 이미 사회가 변화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안다. 진정으로 그녀는 아들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화를 좀 더 큰 틀에서 이해하여 시골로 내려가 친환경적인 생태적 삶을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사회운동이나 종교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기를 바라지만, 아들은 그것과 반대로 나가면서 계속 실패를 하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는 아들을 돕지만, 아들을 바꿀 수는 없다’며 어머니인 자신 말고 다른 제3자인 페미니스트들이 자기 아들을 비롯하여 그런 아들들을 변화시켜줄 수 없냐고 물었다.

이 페미니스트 선배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결단할 수 있는지를 강의하면서 여성들을 변화시켰고, 또 지금도 계속 변화하라고 교육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왜 남성들에게 어떻게 그들의 삶이 변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여성들은 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교육하지 않는지 물었다. 남자들에게는 ‘변화된 여성’이란 동료나 친구 그리고 연인이 되는 것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의 공간이 전혀 없다. 집집마다 이혼하거나, 이혼의 위기에 있는 아들들이 있고, 아들의 문제를 몸으로 막거나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들이 있는데, 이것은 여성문제가 아닌가라고 그녀는 물었다.

2003년 ‘남성의 탄생’이란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남성은 아버지가 내준 자리에 앉아 어머니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도 수업에서 나는 이 책을 사용하는데, 저자는 이미 죽었지만 한국 사회의 남성을 이해하는 데 재미있는 레퍼런스(참고자료)라고 생각한다. 요즘 남성들의 문제는 여성문제 만큼이나 크지만, 남성을 분석하는 책들이나 논의들은 별로 많지 않다.

남성들은 항상 자신을 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충고하고, 정의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해 말을 하거나 분석하거나 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이 여성이 강의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위기에 대해 걱정하고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그들의 어머니들이다. 

그런데 이런 강의를 개설한다고 할 때 나는 궁금해졌다. 이 강의에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머니가 부부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성 혼자 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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