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단어…‘용서’와 ‘사랑’
참으로 어려운 단어…‘용서’와 ‘사랑’
  • 원민경 / 변호사,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 승인 2009.02.27 11:51
  • 수정 2009-02-27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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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포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범행이 속속 밝혀지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뜨거워졌다. 법무부가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형제 유지와 집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4.1%가 사형 집행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반대 의견은 8.5%, 모르겠다는 의견은 17.3%로 찬성 비율이 월등하다. 앞서 실시된 민간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도 사형 집행 찬성 의견이 70%에 육박했다고 한다.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형 확정자는 58명이며,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 3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형 선고자는 3명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12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었는데, 최근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형제가 문명사회에서 유지되어야 하는 논리로 흉악 범죄의 예방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이야기된다. 사형 집행이 중단된 12년간 살인 범죄율은 10% 증가했다. 하지만 사형이 집행되고 있던 그 직전 10여 년 동안에는 살인 범죄율이 20%나 증가했었다고 한다. 사형제의 흉악 범죄 예방 논거는 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보상 논거는 국민들 개개인이 피해자 가족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좀 더 설득력을 얻기 쉬워 보인다. 그러나 위로와 보상을 위한 최선의 제도가 가해자의 생명 박탈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주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마지막까지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셨다. 생전에는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12년 전 마지막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대통령을 찾아가 사형 집행을 정지할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국가는 범죄피해자구조법을 만들어 피해자 유족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지만, 김 추기경은 2006년부터 교구 내에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가족을 잃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 매월 전문 심리상담과 후원을 해왔다고 한다. 김 추기경의 참으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 어머니는 “사건이 난 뒤 어디 가서 터놓고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할 곳조차 없어 숨어 지내다시피 해왔는데, 피해자 모임에 나가 추기경님을 만나 뵈면서 처음으로 마음껏 울어보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가족의 부재로 심장이 움푹 파인 피해자 가족의 심장 한구석을 진정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돈도 아니고, 가해자에 대한 사형 집행도 아니지 않을까. 가해자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 심장 한구석이 단번에 채워졌다면, 그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극한의 고통으로 숨어 지내다시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자신들이 발가벗겨져 시장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심정을 호소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을 당한 피해자 가족에게는 갑작스런 관심 자체가 고통일 때가 있다. 가해자의 범행에 대하여는 철저하게 수사하되, 한 인간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도 더 고귀하다는 생명 존중의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퍼져나갈 때, 피해자 가족의 깊은 상처가 더 잘 치유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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