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여성단체 “성평등 정책 실종됐다” 혹평

출범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낙제점’을 줬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8개 여성단체는 지난 18일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에서 성평등 정책은 실종됐다”며 혹평을 내렸다.

이들은 “현 정권에 남아있는 여성정책은 여성부의 기본 업무인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 사업’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시작한 ‘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뿐”이라며 “그나마 남은 정책에서도 여성인권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는 찾아볼 수 없고, 호기롭게 추진한 여성 일자리 창출마저 실체 없이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가 꼽은 여성정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작아진 여성부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예산은 95.5%가 줄었고 직원은 100명에 불과한 초미니 부서가 됐다”며 “2008년 사업도 대부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것이어서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과 가족의 양립’이라는 가족정책의 방향성도 길을 잃고 있다.

남윤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가족정책 업무가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되면서 젠더적인 가족정책은 사라지고 일상적인 가족 지원정책만 남았다”며 “현재 가족정책은 ‘노인·장애인·아동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목 아래 실시되는 대상별 지원 말고는 다른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와 여성부 간 ‘젠더 거버넌스’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 가정폭력·성폭력 관련 상담소와 시설들은 다른 사회복지시설보다 훨씬 잦은 ‘3개월에 한 번’씩, 그것도 회계를 중심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담당 공무원들에게 민간단체는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지도와 관리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회서비스직 좋은 일자리 50만 개 창출’ 공약도 지켜질지 미지수다.

정문자 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정부의 2009년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은 12만5000개로 이 중 여성 몫은 8만3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노동부는 2009년 사회적 일자리 공모에서 여성 집중 업종인 돌봄 서비스 파견 사업을 신청 단계부터 배제했다”며 “어떻게 ‘좋은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이와 함께 “경제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과 인권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분야별로 정책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여성부 강화 및 성평등기본법 제정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보육정책 수립 ▲젠더 문제를 결합한 종합적인 가족정책 수립 ▲괜찮은 여성 일자리 50만 개 창출 ▲비정규직법 개악 중단 및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총 14가지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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