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백→거절→스토킹→성범죄 수순 밟아
피해 여군 대부분 전역…구제시스템 무용지물

P대위는 직속상관인 S소령에게 사랑 고백을 받았다. P대위는 유부남인 S소령에게 “가정을 생각하시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때부터 ‘스토킹’이 시작됐다.

S소령은 P대위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지 말 것, 월급 지출내역을 보고할 것, 사생활을 모두 얘기할 것’ 등을 각서로 쓰게 했다. 일주일에 2~3일 이상 퇴근 후 차에 태워 부대 인근을 돌아다녔고, 차 안에선 ‘남자친구랑 잤냐?’는 등 사생활을 캐물었다. 스토킹은 6개월 이상 계속됐다.

참다못한 P대위는 2007년 10월 사단장에게 S소령의 스토킹 행위를 보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나왔고, 군 검찰은 오히려 P대위를 ‘항명’과 ‘상관모욕’으로 기소했다. P대위는 2008년 4월 군 재판부로부터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4개 단체가 ‘군내 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P대위는 지난한 싸움 끝에 2008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군에 복귀했다. 사건은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

공동대책위는 지난 17일 ‘군내 인권 피해자 권리 보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경환 법무관은 “군내 법무통합시스템의 징계 속보란에서 ‘성적문란행위’와 ‘성희롱’으로 검색한 결과 총 20건이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모두가 똑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지휘관 또는 직속상관이 부하 여군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부당하자 성희롱을 했고, 피해자는 신체적 성희롱 단계에 이르러서야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가해자는 대부분 경미한 처벌에 그쳤다. P대위가 당한 피해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그 어떤 조직보다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군대에서 공식적으로 접수·처리된 성폭력 사건이 20건이라는 사실은 남성 상관에 의한 스토킹 가해가 얼마나 빈번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한 이산 한국성폭력상담소 전 상담원은 “그동안 상담을 진행한 피해 여군의 대다수가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전역했고, 상부에 보고한 경우에도 합당한 구제절차를 밟지 못한 채 스스로 군을 떠났다”고 말했다.

물론 군 내에도 각종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국방부가 지난 2001년 6월 훈령으로 만든 ‘성군기 위반사고 방지에 관한 지침’이 대표적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부대별로 지정된 여성고충상담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사건 발생 2년 이내에 관할 군 수사기관이나 고충상담기구 등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을 해오는 여군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번 P대위 사건에서 보듯이 여군의 인권을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무관은 “누가 징계권자가 되더라도 엄격하고 형평성 있는 처벌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공유돼야 가해 행위가 억제되고, 피해자들도 법적인 해결책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며 “기존 사례 분석을 통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기준을 제시하고, 특히 가해자에 대해 징계유예나 불회부 경고와 같은 경미한 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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