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성 2명이 새벽에 홍대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납치돼 살해됐다. 이 사건 이후 새벽에 택시 타는 일이 무서워진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귀가시간을 앞당겨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경우 모범이나 콜택시만 이용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새벽 2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그날따라 빈 차를 찾기 어려웠는데, 모범을 타기엔 가난하고 콜택시를 부르기엔 인내심이 부족했던 나는 합승을 하고 앞좌석에 앉았다. 얼마 지나 뒷좌석 남성 승객들이 연달아 내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 안엔 기사 아저씨와 나 단 둘뿐이었다.

“새벽에 택시 처음 타시나 봐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차에는 CCTV 하고 녹음기가 설치돼 있거든요.”

이름하야 ‘택시 블랙박스’(차량운행 영상기록장치). 아저씨 말대로 백미러 위에 검은색 카메라가 보였다. 지난달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설치해줬다고 했다.

“술에 취한 손님을 깨울 때 아무리 목소리를 크게 해도 안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몸을 흔들어 깨우게 되는데, 여성 손님인 경우 성추행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죠. 억울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 CCTV를 설치하니 그런 문제가 없어져서 좋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도 안심이 됐다. 최소한 블랙박스를 설치한 택시라면 흉악 범죄는 없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해서다. 인천에서는 이미 법인택시 5385대에 블랙박스를 설치·운영 중이고, 서울시와 경기도 택시도 올해 안에 각각 2만2000대, 3만4000대가량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과 대화가 저장되므로 사생활 침해 소지가 농후하다. 현재로선 블랙박스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나 가이드라인도 전무한 상태다.

최근 경찰·지자체와 시민·인권단체가 길거리 CCTV 확대 설치를 놓고 논쟁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경찰 측에선 강호순 연쇄살인범 검거 때처럼 CCTV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시민단체선 고성능 카메라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지적한다.

둘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굳이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블랙박스 설치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택시 범죄 예방에 블랙박스만 한 대안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덧붙여 택시 블랙박스에 녹화·녹음된 파일은 곧장 회사로 전송되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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