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건비 지원해 보육료 인하
1호봉 80% 지원액 현실화 과제
서울 정동에 위치한 서울시어린이집은 시설이 좋고 보육료도 저렴해 학부모들에게 인기다. 현재 0~5세 영·유아 147명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한다. 수용 인원의 8배가 넘은 1300여 명의 어린이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보육시설은 총 5532개. 이 중 서울시어린이집처럼 국공립 시설은 14%인 752개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민간 어린이집에 눈을 돌렸다. 국공립 시설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그 돈을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보육 환경을 갖춘 곳에 지원하면 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질 높은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서울형 어린이집’이다. 서울시는 오는 4월 480개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총 2050개 민간 어린이집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바꿔 운영할 계획이다.
보육환경이나 급식관리 등 9개 분야 92개 항목을 모두 만족시킨 시설에 보육교사 인건비의 30~80%를 지원하고, 평균 보육료 수입의 10%를 개·보수비 등으로 지원하게 된다. 대신 3세아를 기준으로 월 보육료를 23만6000원에서 국공립 수준인 18만5000원으로 낮춰야 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국공립 시설을 272% 증가시키는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향산어린이집은 지난 13일 구청에 서울형 어린이집 신청서를 접수했다. 향산어린이집은 현재 4~7세아 62명이 다니고 있으며, 원장과 연령별 담임교사 4명, 특기교사 3명, 보조교사 1명, 조리사 1명이 일하고 있다.
조애신 원장은 “인증 과정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장기적으로 민간시설도 보육환경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며 “만약 인증을 받게 된다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사 인건비 지원액이 1호봉을 기준으로 최대 8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경력이 있는 교사의 경우 기존 인건비와 서울시에서 주는 지원금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차액을 고스란히 원장이 부담해야 한다”며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일부 시설에서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급식비나 간식비를 줄이는 폐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이어 “새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미리 검토해 인건비 지원을 현실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