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보다 외형적 성장 중심 운영 등 문제점 노출
금융시장 발전·기여 다산금융인 대상 수상자 없어

경기침체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은 곳은 금융시장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환율은 치솟았고, 미국에 투자했던 금융권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식시장의 폭락은 ‘묻지마식 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에게 깡통계좌를 안겼고, 이는 곧 불신으로 이어졌다.

금융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경으로 금융업체들의 무리한 몸집 키우기를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뚜렷한 전략과 금융시장 발전 계획 없이 무분별한 규모적 성장만을 꾀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계 최대 화두는 규모적 성장을 위한 것에 모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은행 인수 가능 여부가 각 은행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불완전 펀드 판매를 불사하고라도 매출 올리기에 승부를 걸었다. 일부 경제연구소는 물론 경제 전문가들이 금융위기 전망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를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변화에 발맞춰 각 금융계 CEO들의 눈치보기식 경제전망과 전략 마련도 한몫 거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표 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해 정부가 예상했던 3~4%대의 경제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최근 정부가 마이너스 전망치를 내놓자 갑작스레 마이너스 경제전망치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서 금융시장 전문가, 정확히 말하면 금융계 수장들이 현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 전략을 마련하기보다 눈치보기식 접근으로 일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금융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매년 최고 금융 CEO에게 주어지는 다산금융인 대상 수상자를 올해는 선정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시장 전반에 현 금융상황을 냉철히 분석, 해법을 제시할 전문가의 수혈이 시급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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