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안식처’에서 ‘전쟁터’로 변화
합리적 태도와 존중으로 대해야 할 주제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는 전쟁터 같은 현실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인 가족과 그 가족을 든든히 지켜주는 어머니상을 인상적으로 그린다. 많은 대중이 마음 깊이 훈훈해하며 그리는 가족의 이미지다.

한 인터넷 논객(필명 박소희)은 ‘가족’ 하면 떠오르는 말로 ‘함께’라는 단어를 들었다. ‘기쁨도 함께 가지고 슬픔도 함께 가지며 서로 위로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같은 가족이다.

그런데 보험금을 탐내 아내와 아이를 방화로 살해하는 남편, 해외근무 중인 남편 몰래 가짜 남편을 내세워 이혼을 꾸미고 재산을 빼돌린 아내는 어떤 가족으로 이해해야 할까? 가족 통계는 ‘안식처’로서의 가정이 ‘전쟁터’로까지 변화하게 된 추세를 보여준다.

우선 ‘함께’라는 가족의 이상이 실제로는 ‘따로’로 변해가고 있다. 1975년 6인 이상의 가족은 41%에서 2005년 2.3%로 대가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30년 동안 1인 가족은 4.2%에서 20%로 5배, 2인 가족은 8.3%에서 22.2%로 3배 정도 늘어났다. 2005년 현재 혼자 혹은 둘이 사는 가족은 3인 가족 21%, 4인 가족 27%와 비등할 정도로 많아졌다.

남편 혹은 아내와 ‘함께’ 사는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젊은 남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1975년 남성 27.4세, 여성 23.6세였던 평균 초혼연령은 32년이 지난 2007년 현재 각각 31.1세, 28.1세로 4세 이상 늘었다. 개인으로서 독자적인 사회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결혼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삶 또한 필수가 아니게 되었다. 한 여성이 일생 낳는 평균 아이의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1975년 4.5명에서 2005년 1.08명으로 급감했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양육기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며, 아이들 양육에 따른 의무로부터 부모들이 그만큼 해방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들 때문에 함께 살아야 했던’ 부부 간의 결속력도 현격히 약화되었다. 1970년 인구 1000명당 0.4건이던 이혼율은 2005년 2.6건으로 35년 동안 6.5배 증가했다. 당연한 결과로 한 부모 가구도 늘어나 2005년 현재 전체 가구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별에 의한 한 부모 가구는 1990년 56%에서 2005년 36.6%로 감소한 반면, 이혼에 의한 한 부모 가구는 8.9%에서 29.1%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급격한 가족 변화의 배경에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시장 편입과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있다. 남성들의 평생직장이 불안정화되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유도된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80년 42.8%에서 1990년 47.0%, 2005년 50.1%로 증가했다. 당연히 가족 내의 역할 갈등이 증대되고 가족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됐다.

이와 같이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대중은 오히려 가족의 이상에 매달리는 경향으로 도피하며 안도하려 한다. 그리고 자칫 모든 변화와 고통이 여성들의 개인적 욕망과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그릇된 편견에 매달린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히 보아야 할 사람들까지도 그럴 수는 없다. 새로운 가족 형태와 일상의 변화는 보다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태도와 존중으로 민감하게 대해야 할 주제다. ‘이상적 가족’에 부합되지 않아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가 아는 ‘가족’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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