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제1016호에서는 부부 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인터넷 상의 담론이 소개됐다.

아내를 가스총으로 위협해 성폭행한 남편에게 국내 처음으로 인정된 강간죄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양론의 갈림길에서는 누구나 주관적인 판단을 한다.

그러나 남성의 성욕구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강간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남녀 모두에게 다 중요하다. 남성에게 특별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 의사의 합치는 필수 조건이다.

강간죄는 현행법상 친고죄로 규정돼 있다. 고소할 권리를 가진 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제가 된 사안에서 아내는 심한 수치심과 모욕을 느꼈다.

이미 강간죄의 보호 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을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답게 살 권리마저도 보호받지 못했다. 죄는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의 존재 여부가 잘못 판단되지 않고서야 법률이 보호하는 개인의 권익을 훼손한 행동에 무죄판결을 주장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시된 죄목인 만큼 부부 간 강간죄의 인정 여부에 따른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받은 당사자의 입장,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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