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여성 관련 최초 입법평가 토론회 열려
이주·비정규·장애여성 관련 규정 보완
여성정책 추진기구 조정 기능 강화 필요

여성 관련 법에 대한 최초의 입법평가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여성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2일 ‘여성발전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하기에 앞서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도출하고 앞으로 법 개정에 반영하기 위한 입법평가 토론회를 가졌다.

‘여성발전기본법’은 국내 여성정책의 근간을 세운 법으로 지난 14년간 여성정책 수행에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게 개정돼야 한다는 입법과제를 부여받은 상태다.

전문가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정책의 적극적 조치, 성별영향평가, 성별분리통계 도입이 주요 입법 성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94%는 이 법이 이주 여성, 비정규직 여성, 장애 여성과 관련된 규정이 없거나 미흡하고 여성정책 추진 기구와 조정기능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인권·안전센터장은 ‘여성발전기본법에 대한 입법평가’를 주제 발표를 통해 “그동안 (여성발전기본법에 대한) 개정 논의는 우리나라 여성정책이 과연 여성 중심에서 성주류화 정책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성발전을 위한 정책과 성주류화 정책은 상호 배타적인 것인지, 여성 중심의 정책접근이 여성정책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지, 성평등이란 무엇이고 성평등 정책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성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와 필요성과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와 규명이 미약한 채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스위스의 남녀동등지위법에 대한 입법평가와 독일의 성별입법평가, 일반평등대우법에 대한 성별입법평가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다양하고 다각적인 평가분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특히 여성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 만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1995년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각종 지표를 통해 제시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의 교육수준과 여성의 경제활동은 소폭 상승했으며 성별에 의한 소득불평등은 꾸준히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 중 36%가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로 조사됐으며 노동의 비정규직화는 여성이 남성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공직 진출은 증가됐지만 선발 인원으로 따지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화·정보화 등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여성의 약진을 제외하고는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는 커다란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서영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정책실장은 “지표를 통한 여성의 현실 제시는 여성발전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을 다 다뤘으면 좋을 듯하다”며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 교육, 성희롱,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병행 등의 부분도 다룰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자리엔 신낙균 국회여성위원장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보좌진, 여성위·여성부관계자,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비롯한 연구원, 여성·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서영주 정책실장 외에도 배은경 서울대 교수,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연구실장, 김정란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 정봉협 여성정책국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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