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성 문화계 이들을 주목하라] 연출가 박혜선
[2009년 여성 문화계 이들을 주목하라] 연출가 박혜선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13 12:07
  • 수정 2009-02-1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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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앞서가는 시선’ 관객에 전하고파
‘억울한 여자’로 2009 베스트7 선정 이어 신인연출가상
솔직함이 집단 따돌림 대상 되는 현대인의 소통 부재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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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열린 제45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올해 신설된 신인연출가상을 수상한 여성 연출가 박혜선(38·극단 전망 대표·사진)씨. 연극을 시작한 지 14년째가 되는 그에게 신인연출가상이 주어질 정도로 연극계는 엄격한 곳이다.

“10년 이상은 해야 겨우 신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죠. 연극이라는 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시키거나 작품을 완성시키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지난해 ‘트릿’과 ‘억울한 여자’ 두 작품을 성공시키며 주목을 받은 박혜선 연출가는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억울한 여자’의 재공연에 한창이다. 일본 작가 쓰시다 히데오의 원작을 무대에 옮긴 ‘억울한 여자’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집단의 폭력성을 이야기하는 작품. 지난 연말 ‘2008 한국 연극 베스트 7’에도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림책 작가 다카다와 네 번째 결혼을 하기 위해 시골마을로 내려온 주인공 유코. 카페를 찾아 수다를 떠는 것이 고작인 평화로운  마을에서 의문 나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유코의 성격은 마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순수한 인물이 오히려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유코라는 주인공 여성이 집요하고 편집증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현실에서 유코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자신이 유코인지 모르거나 유코임을 숨기는 사람들, 옆에 있는 유코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죠. 연극을 본 후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연극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따라 우연히 갔던 연극반에서였다. 내가 아닌 사람으로서 한 시간 반을 숨 쉬고 있다는 것, 나를 봐주는 관객들을 간접적으로 설득하고 있음을 느꼈던 그 기억은 지금까지 연극인으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원천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캐나다로 유학, 대학에서 연극연출을 공부한 그는 귀국 후 1996년 김아라 연출가의 조연출로 연극판에 입문했다. 2005년 배우가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 2인 17역의 2인극으로 국내 최초의 ‘코믹 탈의극’을 표방한 연극 ‘주머니 속의 돌’을 연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연극계에서 젊은 여성 연출가로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그는 “내가 여성임을 인지하는 순간 오히려 그것이 성차별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연출가’로서 불리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며 “인정을 받는 것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내 능력이 어디까지이고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힘든 적이 특별히 없었다고 말하는 그지만 신인연출가상을 받고 나서 한 달간 우울증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가 용인되는 신인일 수 없다는 뜻이잖아요. 앞으로는 40대 선배부터 70대 원로 연출가까지 경쟁 상대가 되었구나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100미터 달리기 하듯 열심히 해왔는데 갑자기 야생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에요. 절망적이었죠.”

지난해 극단 전망을 물려받아 새 대표로 취임한 그의 연극 인생은 새로운 시작을 내디뎠다. 그는 “지금처럼의 젊음과 용기,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지고 시대를 앞서가는 시선을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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