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돌봄·건강 등 사회서비스 사업 투자, 높은 환원율 나타내
성별영향평가 적용될 경기도 무한돌봄 사업에 대한 기대감 높아

지난해 말 통계에 따르면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48.8%로 다시 주저앉았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얼마 전 겨우 50%를 상회했는데, 그 감소폭이 남성들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율이 70%가 넘고, 출산·양육 기간 중 비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M곡선’을 한국과 비슷하게 공유하던 일본만 해도 그 비율이 60%를 넘는 것과 견주어 볼 때, 한국의 비율이 이렇게 낮은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취업률이 증가한 집단은 50대 여성들이다. 이러한 지표는 젊은 여성들이 정규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경력과 무관한 비정규직 저임 노동의 기회는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발맞추어 최근 남편이 실직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는 중년층 여성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얼마 전 ‘breadwinner’라는 영어 단어의 번역을 놓고 웃었던 적이 있다. 한 선배 교수의 대학생 아들이 번역서를 읽는 숙제를 하다가 ‘빵의 승리자’라는 단어를 만나 도저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가족의 양식을 구해오는 이’ ‘가족부양자’라는 말로 번역되는 이 단어를 ‘빵의 승리자’라고 번역한 것이 처음에는 너무 우스웠지만 이 말을 두고 토론하다 보니 그 오역조차 요즘의 세태를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win’이라는 단어는 어떤 경쟁에서 이긴다는 뜻 이전에 ‘획득한다’ ‘얻는다’라는 의미를 포함하는데, 근래에 모든 것을 경쟁 구도에서 이해하는 맥락에서 ‘승리’를 유일한 의미로 통용시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 가족부양자라는 개념이 뿌리 깊은 성별분업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10년 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실직한 아버지가 가족과 연락을 끊은 뒤 혼자 남은 어머니들이 겪었던 곤혹스러운 상황, 그리고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제 이러한 문제가 고스란히 재현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부닥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가족부양자=남자’라는 성별분업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

아버지가 실직해 더 이상 가족부양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회에서나 가족관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돈 벌어 오는 것 이외에 아버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중요할 뿐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동안 주부들이 해온 역할을 조금만 참고해 보아도 그 답이 나올 것이다. 직장생활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보살핌의 노동을 새롭게 시작하여 아내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모색,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요즈음 정부가 진행하는 일자리 창출 전략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나 창의적 접근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정부는 대운하사업, 혹은 4대강 정비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장 앞장세우고 있다. 이런 거창한 인프라 토건 사업들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어떤 성별영향을 갖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직관적으로는 대다수가 남성들을 위한 일자리처럼 보이지만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는 지난 20~30년간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자금 투자의 환원율을 분석한 결과, 도로나 교량 건설과 같은 토목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학교와 교육, 노인과 아동 돌봄과 건강 등 사회서비스 사업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높은 투자 환원율을 보였다는 결론을 내려 주목받았다.

또한 미국 여성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숙련직 백인 남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었던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오바마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경기부양대책은 절대 다수의 가족이나 소수 인종 여성이 벌어오는 임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한 재앙에 가까운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가 시행하기 시작한 ‘무한돌봄’ 사업은 성별분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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