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와 국가 공권력 중 무엇이 더 위험할까. 내 생각으론 양자 다 위험하고 편만하다. 사이코패스 범죄는 개인 행위지만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의식을 반영하고 있고, 공권력의 무력 사용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실은 이를 명령 혹은 방치한 개인(들)이 존재하며 대개 이들은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는 한 주 내내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온 나라가 뒤숭숭했다. 주로 연쇄살인범 혐의를 진 강호순(이하 ‘강 사건’)과 용산 철거민 참사(이하 ‘용 사건’) 때문이다. 두 사건을 보면서 나와 우리를 둘러싼 권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 칼럼이라 대보름같이 훤한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이번엔 구름에 가린 대보름을 맞아야 하나 보다.

강 사건에 대해 미디어는 앞 다투어 7명의 여성을 앗아간 강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은 평소 온화하고 성실하지만, 때론 불같이 화를 내며, 여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성욕이 강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곤 왜 그가 ‘사이코’인지 알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에 이런 남자들은 매우 많을 것같기 때문이다.

분개한 언론들은 사진을 전격 공개하면서 흉악범 혹은 인륜에 반하는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행한 사람의 신상 공개는 ‘공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대놓고 했다.

그래, 강이 ‘짐승’이라면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그런데 이 땅의 ‘유부녀’는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망연자실이다.

용 사건에서는 민간인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화재 원인과 사망 원인, 용역과 경찰의 관계, 경찰의 지시 내용 등 많은 진실들이 베일에 가려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공권력의 개입에 기인한 민간인의 사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강 사건에서 시리얼 킬러의 이상 성격을 파헤치던 미디어의 치열함은 용 사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용 사건에서 개인은 없고 철거민과 경찰 간의 양비론적 책임공방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땅 주인, 건설회사, 용역, 서울시 등 다양한 주체들은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안개에 싸여 있다.

사이코 패스와 국가 공권력 중 무엇이 더 위험한가. 내 생각으론 양자 다 위험하고 편만하다. 공권력에 의한 범죄는 형사기소와 처벌권을 독점한 국가 스스로의 범죄인지라 국가법을 넘어선 법, 즉 국제법이 아니고서는 좀체 다스려지지 않는다. 한편 반사회적 이상성격자의 범죄는 예측 불가라지만, 그 피해자는 거의 다 여성이며 섹슈얼리티와 관련된다.

이렇게 사이코 패스 범죄는 개인에 의해 행해지지만 사회문화, 예컨대 여성혐오, 계급 소외의 체계적 표출이며, 공권력의 무력 사용은 불가피한 것 같지만, 실은 이를 명령 혹은 방치한 개인(들)이 반드시 존재하며 대개 이들은 전면에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는다.

사이코 패스의 사회책임, 공권력의 개인책임 추궁으로 그 처벌과 예방에 균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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