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흔들리는 여성 노동권
구조조정에 흔들리는 여성 노동권
  • 김재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06 13:54
  • 수정 2009-02-06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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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여성 인구, 1년 새 1만6000명 감소
사내부부·출산기 여성·비정규직 ‘퇴출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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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직장 동료와 결혼해 지난해 임신을 한 A씨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회사로부터 퇴사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회사 측으로부터 “사내 커플이고, 임신했으니까 스스로 사표를 써라. 사내 커플인데 신랑한테 피해가 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경제위기를 빌미로 부당한 정리해고를 하고 있지만 신랑이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문제제기도 못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의 노동권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급감하고, 비정규직과 출산기 여성들에 대한 퇴사 압박이 가중되는 등 여성들이 경제대란의 1차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8%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50.4%)과 비교해 1.6% 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2월 48.5%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여성 경제활동 인구(지난해 12월 기준)는 992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의 994만5000명에 비해 1만6000명이 줄었다.

반면 지난해 9월 73.4%였던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2월 72.5%를 기록, 구조조정이 표면화된 3개월 동안 0.9% 포인트 떨어져 여성보다는 하락폭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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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남녀 모두 구조조정 위기를 겪고 있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정리해고 1순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침체기에는 여성이 남성 가장보다 생계유지 부담이 더 적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2008년 성차별 해고 상담 건수도 1월부터 11월까지 평균 0.6건에 불과하던 것이 12월 6건으로 10배나 급증했다. 

선백미록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 담당 활동가는 “10년의 여성운동의 성과가 경제위기 때문에 다시 1997년 외환위기 때로 퇴행하고 있다”며 “경영이 어려우니까 생계책임이 없는 여자부터 그만두라는 논리를 세워 여성 우선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담론이 지배하는 가운데 여성 노동자에 대한 우선해고, 성차별 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년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감소 비율은 남성의 3배가량 됐다. 또한 1998년 여성민우회가 외환위기 직후 직장을 그만둔 여성 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여성 실업자의 67.4%가 직장 내 성차별이 퇴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출산기 여성 노동자나 사내 부부, 비정규직 여성들은 고용 단절과 배우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퇴사 압박에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회사 측에 육아휴직을 요구한 B씨는 “사례를 남기기 싫다는 이유로 회사 측에서 육아휴직을 안 해 준다”며 “실업급여라도 받고 싶으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고 한국여성민우회 고용상담실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부당한 것을 알고 싸우고도 싶지만 싸울 힘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취업·경력포털 스카우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0%가 육아휴직을 못 써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민현주 연구위원은 “회사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여성들은 모성보호문제와 관련해 발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재계약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모성보호권을 보장해주고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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