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도 경기 어렵다며 줄줄이 계약 해지
여성노동연대회의, 법 개정 저지 공동 행동키로

경기지역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계약직 사서로 일하는 양정순(44·가명)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이달 말까지만 출근하라는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양씨는 다음 날인 3월 1일이면 이 학교에서 근무한 지 꼭 2년이 된다. 57세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무기근로계약을 눈앞에 두고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이다.

양씨는 “학교라는 공공기관에서 7년간 사서로 일했고, 2년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비정규직법도 생겼다. 하지만 매년 2월만 되면 ‘이번에는 재계약이 될까’ 불안해하는 생활이 계속 반복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처럼 학교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은 사서, 영양사, 조리사 등 전국적으로 10만 명 정도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지부장 김정임)에 따르면, 3월 재계약을 앞두고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오는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해당 사서의 반발을 무력화하기 위해 교육청에 제출하는 평가보고서에 ‘근무 태만’이나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이라고 허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양씨는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씨는 “당장은 2년 더 일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1년, 1년 계약을 연장하는 시스템은 똑같다. 4년으로 늘리면 4년짜리 비정규직만 늘어날 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임 여성노조 경기지부장도 “비정규직 자체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인데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고용이 안정될 수 있느냐”며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까다롭게 제한하는 등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는 근본적 처방이 나오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실제로 지난 2007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여성들마저 최근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긴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시행 중인 제도조차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고용이 안정되고 또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학교나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이유는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보다는, 경제위기에 따른 경비 절감이 더 근본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에 따라 여성·노동단체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한국노총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조만간 회의를 열고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문자 여성노동자회 회장은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양대노총,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비정규직법 개악을 막아내고 3·8 여성대회 때 범여성계로 의제를 확장해 대대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성들이 노동현장에서 우선 해고되는 것은 경기불황 때문이지 법 때문이 아니다. 비정규직 97만 명이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정부의 통계는 근거가 없다”며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악 논리를 깰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월 중순 이후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최저임금 노동자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요구와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증언대회’를 열고, 14일에는 오후 3시 서울역(예정) 앞에서 대규모 비정규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했고, 한국노총 비정규연대회의는 한나라당이 법안 발의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맺은 정책 협약을 파기할 것을 노조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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