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하고 흉흉한 사회…강박증 주의보
팍팍하고 흉흉한 사회…강박증 주의보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06 13:36
  • 수정 2009-02-0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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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부녀자 대상 범죄, 불량 먹거리 파동에 따른 불안감 탓
걱정되고 마음 편치 않아도 스트레스 해소하고 집착 말아야

 

# 직장인 이현이(27·여·가명)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감원 대상이 자신이 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잘리지 않으려면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겼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일을 하겠다고 반드시 시간을 정해 계획을 세우고 만약, 제 시간에 일을 정확하게 끝내지 못하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항상 업무를 완벽하고 꼼꼼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매사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늦어진다.

# 전수영(32·여·가명)씨는 요즘 횡행하고 있는 여성 대상 범죄로 밤길 다니기가 무섭다. 거리를 걷고 있다가도 마주 오는 남자마다 품에서 갑자기 흉기를 꺼내 자신을 찌를 것 같은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도둑이 침입할까 봐 창문과 현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제대로 잠갔는지 확인하지만 이내 다시 불안해져 또 확인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다.

# 직장인 김호영(28·남·가명)씨는 우유, 설렁탕, 스테이크 등 쇠고기를 이용한 식품이나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미국산이 아니라고 표기돼 있어도 속여 파는 것이란 의심이 든다. 소만 생각하면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봤던 광우병 환자의 끔찍한 모습만 떠오르고 안 그러려고 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예전에 먹었던 쇠고기 음식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재료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혹시 나중에 자신도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정신과 김율리 교수에 따르면, 위의 사례들은 모두 강박증에 해당된다.

강박증은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을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계속 떠올라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감과 강박적 사고를 억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는 증상이다. 자신이 이를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거나 고통 및 장해를 느낄 만큼 심각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이 같은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경기 침체는 깊어지고 각종 범죄가 판을 치는 팍팍하고 흉흉한 사회 분위기 탓이다.

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직장인들에게는 감원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직원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한시라도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아 주말에도 일을 놓지 않거나 과도한 업무 추진으로 항상 시간에 쫓겨 사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또 심각한 취업난도 강박증 발생에 한몫 하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커리어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9명이 지금의 스펙으로는 취업이 불가능할 것 같아 ‘스펙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 우울증, 불면증, 두통, 대인기피증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군포 연쇄 살인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부녀자 납치 및 살인 범죄, ‘묻지마’ 범죄로 인한 두려움도 여성들을 신변 안전 강박증으로 몰아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멜라민 파동으로 불거진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치에 따른 광우병 공포도 먹거리에 대한 강박증을 낳고 있다.

주부 양모(31)씨는 “중국산 오징어 젓갈에서 기생충이 나온 뉴스를 본 후부터는 오징어 젓갈만 보면 촌충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여 끔찍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조모(59)씨도 “이제는 모든 먹거리에 대해 안전한지 의심부터 한다”며 “어떤 음식이나 식품이든 먹기 꺼려지고 먹고 나서도 찝찝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강박장애는 과거에는 비교적 드문 것으로 여겨졌지만 근래 지역사회 연구 보고에 따르면, 2.5%의 평생 유병률과 1.5~2.1%의 1년 유병률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유병률은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병 빈도에 있어서는 남녀가 비슷하나 남성은 6~15세, 여성은 20~29세에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요즘의 사회환경으로 인한 강박증이 직장인, 주부 등 성인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연구 결과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박증의 원인에 대해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세로토닌 등의 대뇌 신경전달체계의 이상, 뇌의 구조적 및 기능적 이상, 유전적 인자 등의 생물학적 원인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강박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김 교수는 “경과가 짧고 증상이 경미할수록 치유되기 쉽다”며 “세로토닌 계통의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및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스스로 환경요인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강박장애 환자들로 하여금 강박증을 보이는 행동을 견디게끔 함으로써 염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주변인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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