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인권 논란
범죄자 인권 논란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02.06 13:31
  • 수정 2009-02-0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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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공개’ 찬성 압도적… ‘인권존중 후퇴’ 우려도
최근 군포 연쇄 살인 암매장 사건 피의자의 얼굴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국민의 알권리와 여죄 제보를 기대하는 차원에서”(KBS), 또 “사회적 응징에 의한 범죄 예방, 공분(公憤)의 해소, 추가 범죄에 대한 제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어서”(중앙일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몇몇 인터넷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의 90% 이상이 ‘얼굴 공개’를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피의자의 ‘얼굴 공개’ 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달 26일.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의자의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주는 데 대해 분노를 터뜨리면서부터다.

“그것이(피의자) 사람입니까? 우리나라 법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왜 가해자는 얼굴 공개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콩밥 먹어도 좋습니다. 억울해서 그렇습니다. 가해자 얼굴 가리지 말아주세요.” 피해자 어머니의 절규에 1400여 명의 누리꾼이 공감을 표했다. “살인마의 인권도 인권이냐” “피해자와 그 가족이 당한 고통만큼 가해자에게도 고통을 주어야 한다”는 성난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그가 무고한 여성을 7명이나 살해한 것으로 발표된 후에는 ‘얼굴 공개 반대’ 글에 공격이 가해지기도 했다. “범죄자를 옹호하는 걸 보니 당신도 의심스럽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엿보인다”며 몰아세웠다.

얼굴 공개를 반대하는 누리꾼들이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하자, “자백도 했고, 피의자가 자백한 곳에서 시신도 나왔으니 범인이 틀림없다”며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쯤이면 이미 다 잊힌 뒤”라고 조급함을 보였다. 또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이 문제라면, 지명수배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이 올린 “우리나라에 연좌제로 인한 큰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되새겨 보자”며 피의자의 얼굴 공개로 가족이 받을 고통을 우려하는 의견에는 “얼굴 공개가 없더라도 경찰과 언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결국 알게 된다”고 했다. 심지어 “가해자 가족은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야지. 가족이니까 같이 죄까지 감당해야지”라는 글도 있었다.

‘얼굴 공개’ 이후 피의자의 어머니는 손자들을 데리고 종적을 감추었으며, 피의자 사진과 함께 아직 어린이와 청소년인 세 아들의 사진도 인터넷에 유포됐다.

피의자의 형은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피의자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자, “학생들이 피의자 닮았다며 한 친구를 놀려 깜짝 놀랐다”는 중학교 교사의 인터뷰도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 언론들이 얼굴을 공개하며 내세운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피의자 얼굴 공개는 ‘알고 싶은 욕구’일 뿐 공익을 위한 ‘알 권리’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얼굴을 공개하니 결국 외모를 가지고 떠드는 게 전부”라며 “호기심 충족 이외에 뭘 얻었나”라고 묻기도 했다. ‘국민의 알권리’로서, 실질적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피의자 얼굴 공개에 대한 인터넷 상의 논의에서 주목을 끄는 주장은, 그간 우리 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인권존중의 가치’에 대한 후퇴 우려다. 흉악한 연쇄살인 피의자에 대한 분노로 인해 힘겹게 지켜온 인권존중의 보가 단숨에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 중에서도 “살인마라고 해서 인권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 순서는 누가 될지 모른다”는 의견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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