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조미현 현암사 대표
[CEO 초대석] 조미현 현암사 대표
  • 전희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06 13:01
  • 수정 2009-02-06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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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한 우물 향한 ‘父傳女傳’ 열정
신의·성실 바탕으로 3대째 출판사 가업 이어
“64주년 맞은 회사, 100년 가는 회사 만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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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3대째 출판사 집안이 탄생했다. 조미현(39·사진)씨가 지난 1월 1일, 올해로 64주년을 맞은 현암사의 제3대 대표로 취임하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았다.   

“기쁜 마음보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경영인으로서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를 밑거름 삼고 저의 신념과 경험을 녹여내어 독자와 함께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 대표가 출판의 길로 들어선 것도 집안의 영향이 컸다. 그의 할아버지 고(故) 조상원 회장은 1945년 건국공론사가 전신인 현암사를 창립하고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아버지 조근태씨는 회사를 이어받아 인문, 환경, 아동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 26년간 운영해오면서 국내 출판계에 몇 안 되는 전통과 연륜 있는 출판사로 자리매김 시켰다.

“미대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인 제가 가업을 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미국 유학까지 갔던 그가 출판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은 아버지의 설득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작품 하는 것과 책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라며 오히려 책을 만들면서 더 큰 보람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조 대표는 1998년 4월, 현암사 영업부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출판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발이 부르트게 걸어다니는 것은 물론, 수금하기 위해 일일이 입금표를 들고 서점 앞에 서서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던 영업사원의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4개월 만에 사표를 냈는데 1년만 다녀보라는 과장님의 만류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에 매진했다. 하지만 4년 만에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여전히 미술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기에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갈등과 고민 끝에 출판업을 잇기로 최종 결심하고 2002년 8월 뉴욕으로 건너가 출판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2005년 귀국해 현암사 상무이사로 출발, 자회사 은나팔 대표를 맡아 10여 년간 실무 경험을 탄탄히 쌓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3년 동안 유학하면서 출판일이 정말 내 일이라고 확신하게 됐고 열정도 생겼어요. 한 우물을 파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림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회사가 안정되면 그때 그리고 싶어요. 3~5년에 한 번씩 전시회도 열겠다고 지인들과 웃으며 얘기하곤 한답니다.” 

그가 3세 경영인이 되기까지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이제는 척박한 한국 출판계에서 6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현암사는 1954년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비롯한 ‘현암문고’ 창간을 필두로 우리나라 최초로 ‘법전’이란 제호를 사용한 대한민국 법령집 창간, 육당 최남선 전집·황석영의 ‘장길산’ 등의 명서들은 물론, 전환기 작가 총서를 간행해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 발표의 장을 마련하는 등 뿌리 깊은 유서를 자랑한다.  

“현암사 창립 정신인 ‘신의’와 ‘성실’을 근간으로 지금껏 약속을 잘 지켜 온 게 비결이 아닐까요.”

할아버지의 철학을 이은 아버지는 인쇄소나 제본소를 하청업체가 아닌 동료로 여겼고 당시 출판업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제 날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직원 월급과 인쇄소·제본소 대금 지불 기일은 늦어지면 안 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와 함께 근검절약 정신도 또 하나의 비결로 꼽았다.

“저희 집은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근검절약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실천했습니다. 20년 된 가스레인지를 교체할 때도 결제 단계를 세 번이나 거칠 정도였어요. 아버지도 좋은 집, 큰 차, 골프 등 일반적으로 ‘사장님’ 하면 떠오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마도 현암사의 기반과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것 같아요.”

조 대표도 이러한 정신들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사람이 가장 먼저라는 중심 원칙을 가지고 현암사를 지휘할 생각이다. 직원들과 같은 비전을 향해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의 어려운 경제 위기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우선 내실을 단단하고 알차게 다지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사실 일보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고 보람차게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

또 기존의 틀은 유지하되, 국내 작가를 발굴하고 국내 서적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암사가 100살이 돼도 30살의 목소리를 내는 출판사로 만들고 싶어요. 세월은 흘러도 자기 몫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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