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서 친권 개정안 반드시 통과시켜야"
김상희 의원 발의…가정법원이 친권자 적격 여부 판단토록
가족관계등록법·성인지 예산제도·성평등기본법 등도 시급

2008년을 달군 친권제도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현행법상 단독친권자인 부모가 사망하면 ‘혈연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생존 부모가 자동으로 친권자가 된다. 15세 미만의 자녀에게는 법적으로, 15세 이상의 자녀에게도 관행적으로 자신을 양육해줄 친권자 부모를 거부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자녀를 돌볼 생각이 없으면서도 재산 때문에 친권자임을 주장하거나, 양육 의지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친권자가 돼 자녀를 방치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21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의 통과가 급선무다. 이 개정안은 단독친권자 부모가 사망할 경우 가정법원이 제2의 친권자를 결정하도록 해 친권의 자동부활을 금지했다. 만약 생존 부모가 친권자 변경 청구를 하지 않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친족 등의 청구로 후견인을 선임토록 해 자녀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아동복지법·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 친권상실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아동복지시설 및 전문기관의 장과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교원 등을 포함시켰다.

김 의원은 “가능한 한 2월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당 차원에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엄마 성으로 바꾸기’

 아직도 높은 벽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도 시급한 과제다.

도입 초기에는 여성도 자신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돼 평등한 가족관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자녀 성·본 변경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새아버지의 성으로 바꾼 것이고,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기각된 사건 중 52%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한 경우다. 새아버지 때보다 변경 동기나 생부와 자녀의 관계, 자녀의 의사 등을 더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도 혈연관계에 묶여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 기존 호적등본에도 없던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입양 사실이 기본증명서에 그대로 기재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증명서를 5개로 세분화했지만, 실제 효과는 없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증명서에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토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혼인한 여성 공직자가 새로 재산등록의무자가 된 경우 친정부모의 재산을 등록하게 된다고 1월 28일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해 이미 폐지된 ‘호적법’을 그대로 고수해 남성은 친부모, 여성도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토록 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았다.

시행 앞둔 ‘성인지 예산’

공직자들 용어도 몰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성인지 예산제도도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모든 정부 부처는 올해 하반기에 작성하는 2010년 예산서부터 남녀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짜야 한다. 각 부처가 남녀에게 돌아갈 혜택을 분석한 보고서는 국회가 심의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윤영진 계명대 교수가 발표한 부처 공무원 면담 결과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을 담당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실속 없이 문서작업과 행정업무만 늘리는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회는 더 심각하다. 일부 보좌관들은 ‘성인지’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몰랐고, 국회의원들조차 국감에서 ‘여성발전기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정도다.

한편 여성부와 기획재정부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해 4월 관련 부처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성인지 예산 태스크 포스팀(팀장 기획재정부 예산실 국장)’을 구성하고, 1월 29일 워크숍을 개최했다. 4월 중 성인지 예산서 작성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5~6월 중에는 담당 공무원에 대한 실무교육을 집중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부 조직개편 막 오를까

여성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성평등기본법(여성발전기본법 전부개정안)은 올해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여성부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성평등기본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공표했다. 1995년 제정된 기본법의 ‘여성발전’이라는 용어가 시대적 변화와 맞지 않고, 남녀에게 동등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성인지 정책’을 통해 여성문제를 남녀 동반자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초안을 완성하고도 해를 넘겼고, 올해 역시 통과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 내부에서조차 성평등 정책에 대한 개념 합의가 쉽지 않고, 본질적으로는 성평등 정책 주무 부처의 형태에 대한 새로운 고민 때문이다.

모든 정책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려면 법률안에 대한 사전 협의나 예산지침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조직법상 여성부는 다른 부처의 영역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 역시 여성정책조정회의를 없애고 심의기능만 있는 성평등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부의 명칭을 ‘성평등부’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여성정책기구 신설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 처벌 얼마나 강화될까

오는 4월 확정될 성범죄 양형기준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공청회를 열어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자의 최저형을 4년으로 정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준은 보류됐다. 

성범죄의 경우 유독 집행유예 판결 비율이 높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26.9%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42.1%는 벌금형, 30.5%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전문가들은 음주나 피해자 합의 등을 감경 요인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연구실장은 “관련 상담소나 쉼터, 지원센터 등의 시설들이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어 피해자의 접근이 어렵고, 여성주의적 관점이 부족한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운영하는가 하면, 원스톱 서비스 연계체계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변 실장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3대 여성인권법이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은 만큼 법 개정을 비롯해 서비스 전달체계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에 대비해 법률구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가정 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미 위헌 판결이 난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도 올해 여성계가 힘을 모아 막아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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