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 등 책값 폭등 영향 … 온라인 서점 ‘헌책코너’ 강화
최근의 ‘헌책 열풍’은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참고서 가격의 폭등이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D출판사의 초등학교 전과는 지난해보다 20%가량 가격이 인상되었고, 다른 참고서 역시 1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참고서의 가격은 대부분 1만원대.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새 책 1권 가격으로 똑같은 책을 두세 권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책의 발행 시점과 훼손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부분 5000~6000원이면 멀쩡한 문제집 한 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서울 송파구청 앞 지하도에 마련된 ‘송파구 헌책은행’의 경우 권당 4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헌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헌책의 메카’로 알려진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 20여 개 점포가 성업 중인 이곳은 참고서와 일반 교양서적은 물론 좀처럼 구하기 쉽지 않은 외국 서적도 만나볼 수 있다.
자유롭게 책을 골라 보고, 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을 하는 모습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필요한 참고서 목록을 손에 들고 함께 책 쇼핑에 나선 가족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50년 명성을 자랑하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개화기 유적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헌책방과 지역 문화재를 연계시킨 독특한 문화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함과 동시에 근대사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헌책방은 인터넷에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서울 금호동의 ‘고구마’ 헌책방. 누렇게 바랜 추억의 옛 교과서부터 문제집, 소설책 등 손때 묻은 헌책이 입구부터 차곡차곡 쌓여 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수준.
이곳에 쌓인 책의 양은 15만 여 권이고, 인근 창고 속 책까지 합하면 40만 여 권이나 된다. 그러나 책방으로 직접 발품을 파는 고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준. 책방 사장 이범순(54)씨는 “책방을 찾는 고객보다 책방을 정리하는 직원이 더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하루에 찾아오는 고객만 해도 평균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 헌책방 매출의 약 70%는 인터넷 판매분일 정도로 ‘고구마’의 인기는 인터넷에서 더 높다.
‘고구마’ 외에도 여러 오프라인 헌책방이 인터넷에 헌책 쇼핑몰을 내고 고객 몰이에 나섰는가 하면, 북코아, 알라딘 등 기존의 책 쇼핑몰도 헌책 코너를 강화하면서 헌책의 부활에 한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