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와 피고인의 자살
부부강간죄와 피고인의 자살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01.30 14:42
  • 수정 2009-01-3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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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결정권, 아직 먼 얘기
성관계를 거부하는 아내를 가스총으로 위협해 성폭행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적용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국내 처음으로 부부 간 강간죄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크게 반발, 언론사 등에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하다 판결 4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누리꾼 중에도 폭행죄나 폭력에 대해 더 강력한 죄를 적용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강간죄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성관계를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보아 “배우자와 마음대로 성관계를 가질 수 없다면 왜 결혼을 하나” “결혼을 했으면 자신이 할 도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부 간 성관계는 강압성의 여부를 떠나 ‘의무의 이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싫다는 아내를 협박해 강제로 욕구를 채운 데 대해서는 대체로 ‘못났다’라든가 ‘싫다는데 가스총까지 들이댄 건 잘못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생리 중인 아내를 강제로 욕보인 데 대해서는 ‘못할 짓을 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는 남편의 과잉행동에 국한된 것일 뿐, 강간죄의 적용과는 별개였다.

오히려 판사가 강간죄의 보호 법익은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며 아내 또한 이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데 대해 “계속된 부인의 성관계 거부로 인한 남편의 성 욕구는 어떻게 해결하나”라며 황당해했다.

“남편은 바람이라도 피울 수밖에 없는데, 간통죄도 동시에 없애야 한다”는 등 남편의 ‘성적 욕구’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 이외에 답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상대가 부부관계를 원치 않으면 강간이 아니라 이혼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 결혼생활을 지속하려고 하는 게 잘못 아닌가”라는 내용의 글이 여러 건 올라오자 “강간죄가 가족의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흉기를 들이대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면 이미 부부의 신뢰관계는 깨져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라는 반론 글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정상적인 멘탈리티를 가진 분은 이해 못 하겠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법은 정상적인 부부를 위해 있는 법이 아닙니다. 폭력적이고 성도착증적인 남자를 여러분이 못 봐서 그렇습니다. 살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폭행을 하고 어린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 짓을 합니다. 이것이 부부관계입니까. 이런 금수만도 못한 사람을 위한 법입니다”라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강간죄 적용에 공감하는 누리꾼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인격을 무시하고 존중 받기를 바라는가” “아내? 그 순간은 아무것도 아니지. 단지 수단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스총을 들이대고 강간한 성폭행범. 부인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얼마나 수치심과 공포에 떨었겠나”라며 더 강도 높은 처벌을 주장하기도 했다.

유죄를 선고 받은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보도되자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판결”이라는 비난이 거세졌다. 그러나 “죄는 죄다. 가스총으로 협박해서 강간했다. 판사의 판결은 옳았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에겐 반성의 기회도 없다”라는 단호한 입장의 글이 많은 누리꾼의 추천을 받았다.

“어느 사내가 기집 의사 물어보고 덤벼드노. 기냥 하는 것이지”라는 댓글을 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용어 자체가 멀고 먼 얘기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부부는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수평관계여”라는 글 등으로 인터넷상의 논의는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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