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등장과 함께 주목 받는 설득 방정식
여성계 현안 풀어낼 대안으로 활용해 볼만
오바마의 취임사는 세계적인 검색 엔진 구글에서 708만 번에 달하는 클릭 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쯤 되면 오바마 열풍은 세계적이라 할 만하다. 오바마의 말하는 기술, 다시 말해 설득력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당초 세계 주요 언론은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을 희박하게 평가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경쟁자였던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승리를 예측, 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외부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뽑혔다. 부정적인 평가와 비방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향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대중과 만나기 전 언어를 다루는 데 엄청나게 애를 쓴 결과였다.
국제이미지컨설턴트 한국협회(AICI KOREA)에 따르면 오바마의 대화법과 연설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상일 국제이미지컨설턴트 한국협회 이사는 “(오바마의 말에는) 설득의 방정식이 녹아 있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가진 설득의 기술을 7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 분석 ▲반복과 비유, 인용 ▲상대방에 대한 비방 금지 ▲정책 설명은 감정보다 사실 위주로 ▲긍정적인 표현 ▲대중과의 눈높이 대화 ▲‘나’보다는 ‘우리’ 강조 등이다.(아래 기사 참조) 이 모든 요건이 충족될 때 설득의 방적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며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오바마가 보여준 설득 방정식을 잘 활용하면 철옹성으로 불리는 성(性)벽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여성계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발생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직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부조리한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성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거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단순한 불평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철저한 사전 분석, 사실 위주 등의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 변화의 중심에 남성만을 세워놓음으로써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나(남성)보다는 우리(남녀)’를 강조하며 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단체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여성단체에서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이 과격한 양상으로 표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들이 꾸준히 각인되며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도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점을 인정함과 동시에 사회적 공동체로서 동등성을 요구해야만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오바마의 연설문을 살펴보면 ‘나(흑인)보다 우리(백인과 흑인)’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지난해 11월 4일 당선 수락 연설을 살펴보면 16분 분량의 연설 중 ‘우리’라는 표현이 65번이나 사용됐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15초에 한 번씩 말한 셈이다. 내가 아닌 우리를 강조하게 되면 듣는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밖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와 추구하는 가치 등의 내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조화해 표현해야 이 같은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허은아 국제이미지컨설턴트 한국협회 회장은 “오바마의 성공 요인에는 화려한 언변과 외모 외에도 매너와 추구하는 가치 등의 내적인 이미지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