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 위해서는 돈 아깝지 않아"
건강·교육·피부관리엔 비싸도 ‘OK’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주부들이 가족을 위해서는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경기 침체라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으며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도 가족 중심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기획이 최근 실시한 불황기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불황에도 가족을 위한 소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대답이 75%였고 ‘육아 및 자녀교육비는 유지할 것’이라는 대답이 80%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주부들이 우선적으로 가치를 두는 것은 가족 건강과 자녀 교육. 

주부 박영희(41)씨는 “건강을 좌우하는 데 먹거리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특히 멜라민 파동 이후 아이들 간식은 비싸더라도 꼭 유기농 제품을 산다. 유기농 쌀 튀밥이나 흑미 건빵 같은 과자는 2500~3000원으로 일반 과자류에 비해 3~5배 정도 높은 가격이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부 전선영(36)씨도 “건강을 생각해서 육식보다는 채식 중심으로 식단을 짜는데 이왕이면 비싸도 농약과 비료로부터 안전한 유기농  채소를 산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상승한 탓에 많은 주부들이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유기농 식품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유통업계의 유기농 식품 코너의 매출도 상승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유기농 재배 피망(2개) 2900원, 유기농 풋고추(150g) 3200원 등 일반 채소보다 가격이 1.5~2배가량 높지만 올 1월 유기농 채소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유기농 빵도 매출이 3배나 늘었다. 신세계 이마트의 지난해 유기농 식품 매출도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13.6%, 유기농 음료와 과자·빵 등 가공식품은 19.7% 늘었다. 특히 유기농 가공식품의 경우, 멜라민 파동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나 뛰어올라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마트 고객기획팀 강지은 주임은 “유기농 식품의 인기는 불황과 멜라민 파동의 영향으로 건강과 안전 먹거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투자는 먹거리뿐 아니라 피부를 위한 화장품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경기가 어려워도 화장품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보습 화장품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특히 겨울철 피부 건조를 막고 보호하는 보습 화장품 매출이 늘었으며 아토피나 민감한 피부를 위한 센서티브 라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살림이 팍팍해도 자녀 교육에 대한 지출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존에 다니던 학원이나 과외를 끊지 않는 것은 물론,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은 자녀들을 여러 가지 캠프에 보내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는 놀이와 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을 위한 테마파크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한 캐릭터 테마파크에 다녀온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김미선(32)씨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아이가 좋아하더라. 앞으로도 자주 이런 테마파크를 이용할 것”이라며 “교육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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