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과 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그려내
21세에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첫 장편 ‘미나’로 주목
청소년 이야기로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기성세대에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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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만 스물한 살 나이에 단편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김사과는 19세에 등단한 황석영 이후 최연소 등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상 이후 받게 된 문예진흥기금으로 그는 프라하와 뉴욕으로 훌쩍 떠났다. “내가 미쳤나 싶을 정도로 소설을 열심히 썼다”고 말하는 그는 첫 장편 ‘미나’를 지난해 초 발표하면서 ‘재기발랄한 신인 작가의 출현’으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소설 ‘미나’는 “서울에 사는 한 여고생이 친구를 살해했다”라는 한 줄의 흥밋거리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그 뒤에 숨어 있을 여러 겹의 이야기를 상상해냈다. 공교육이 붕괴된 도시 P를 배경으로 386세대 부모를 가진 고교생 미나와 그의 단짝 친구 수정이 주인공이다. 미나를 보면서 동경심과 열등의식이 섞인 감정을 느끼던 수정은 친구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미나를 보며 혼란스러워하고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김 작가는 “청소년 시절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쓰고 싶었던 것은 이 사회에 대한 것, 이 아이들이 이처럼 슬프게 된 이유와 그들의 부모 세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짝친구였던 이들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병폐가 빚어낸 결과임을 알 수 있다.

“2007년 초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종로 영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가 이 사회의 거품이 심했던 시기잖아요. 매일같이 종로 거리에 나갔는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종로의 소비문화를 보면서 도시 자체가 너무 비싸게 돌아간다고 느꼈죠.”

“어렸을 때는 정치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대학에 와서 386세대를 실제로 만나고 그들의 변질된 모습에 실망도 많이 했다”는 그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결여된 시스템”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최근 읽고 있는 책도 ‘자본주의 시스템과 민주주의’란다.

그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데에는 개인적인 배경도 작용했다. 외고에 들어갈 정도로 우수한 편이었지만 2학년 때 자퇴하고 2005년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긴 방황의 시간을 거쳤다.

그의 작품이 눈길을 끈 또 한 가지 특징은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스타카토식의 빠른 대화체. 무심한 듯 가벼워 보이는, 맥락 없이 오가는 대화들은 지금 십대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그는 오히려 “다들 원래 그런 식으로 대화하지 않느냐. 소설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너무 부자연스럽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첫 장편을 내놓은 소설가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소설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답변이 날아왔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소설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는 것.

요즘 소설들은 스킬에 치중하고, 독자들은 소설 속에서 위안만 찾으려고 한다며 현 상황을 비판하는 그는 배수아의 소설과 황병승의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현재는 지난 여름에 썼던 새 장편을 손보고 있는 중이라고.

“올해 안에 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서른 살까지는 소설을 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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