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18년 역사를 말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18년 역사를 말하다
  • 김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1.30 14:01
  • 수정 2009-01-3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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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목적으로 충동적으로 범행했다. 죄송하다.”

설 연휴 잔인한 수법으로 자행된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이 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지은 죄 무게를 ‘충동적’이란 한마디로 덜려는 범인의 말에서 인간 생명에 대한 무딘 감수성과 ‘남자의 성욕은 충동적’이라는 성에 대한 왜곡된 편견이 엿보인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아저씨를 살해한 여성에게 “어릴 적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분노와 고통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보복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5년형을 구형한다”는 재판관의 판결처럼 구시대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다.

이처럼 성폭력은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여성들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매우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성폭력에 맞서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8년 동안 피해자 상담을 통해 발굴한 사례와 그에 대한 담론, 그리고 성폭력의 질곡에서 벗어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2008년 봄, 성폭력상담소가 전국 반성폭력운동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화교육 강의안을 정리해 담은 것이어서 여성운동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섬세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비판의식, 통찰력 등을 엿볼 수 있다.

총 2부 6강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상담 현장에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피해 상황 자체를 성립하지 않게 할 새로운 상담상을 제안한다.

제2부는 주로 여성학자들이 법, 시민권, 인식론 차원에서 바라보는 성폭력 문제를 다루며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담론을 제시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8년간 6만2000여 회의 상담을 통해 피해 생존자들이 성폭력에 따른 고통과 분노를 표현해왔다”며 “이제 잘못된 법 담론이 얼마나 많은 피해 생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남성 중심의 잘못된 통념에 가려 들리지 않던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관련 정책을 좀 더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례·담론·전망 제시 ‘성폭력에 맞서다’

이미경 외 5인 지음/ 한울/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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