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먼저다…가족은 나중에
내 인생이 먼저다…가족은 나중에
  • 김세형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1.16 13:07
  • 수정 2009-01-1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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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알파맘의 설 귀향 풍속도

알파걸 - 자기계발 차원 해외여행 등 계획…가족 모임 외면
알파맘 - "명절보다 자녀 공부가 우선" …‘귀향 거부’ 부부싸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연휴가 긴 설이다.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0일 동안 휴가가 주어진다. 때문에 올 설연휴 ‘알파걸 귀향 스트레스’는 어느 때보다 심하다. 알파걸은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따라서 알파걸들은 연휴가 긴 명절이면 어김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많은 시간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어 하지만 귀향으로 포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를 둔 중장년 부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귀향 여부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알파걸 스트레스가 ‘가족관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개인주의 또는 가족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걸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사례1

A농업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김정미(28·윤리)씨. 그는 설 연휴를 맞아 성형수술을 할 계획이다. 강남에 위치한 B성형외과에 예약도 해 놨다. 고향에 가봐야 ‘시집이나 가라’는 주변 사람들의 질책은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스타 학원 강사를 꿈꾸고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외모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김씨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꿈이 더 중요하다”며 “목표를 위해선 귀향 포기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례2

서울 강남에 살면서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둔 안효영(42)씨. 그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설 연휴 시댁에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다. 남편에게 홀로 내려갈 것을 권했지만 돌아오는 건 부부싸움뿐이었다.

그가 시골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이들 교육을 위한 선택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데리고 귀향길에 오를 경우 학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빠진다 한들 얼마나 뒤처지겠느냐는 남편의 불만 섞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웃의 여러 집들이 모두 자녀 교육을 위해 귀향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휴를 맞아 족집게 수업을 하는 단과학원에 꼭 보내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것이 자녀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차례음식을 만들고, 시집살이를 피하기 위해 귀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족 간 모임은 얼마든지 있다”며 “내 자녀들의 미래를 내가 아니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설이 돌아왔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을 가족과 함께 조상께 알리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올 설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길다. 긴 연휴와 함께 귀향객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귀향을 꺼려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발전과 자녀의 발전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알파걸 김씨와 알파맘 안씨가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설을 맞아 고향에 가는 것보다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혹여 귀향을 택한다면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기에 분주하다. 이만하면 알파걸 귀향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알파걸 귀향 스트레스가 지극한 개인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귀향을 하고 싶지만 자신과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그러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가 자기 합리화를 위한 개인주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알파걸 귀향 스트레스→개인주의 강화→가족 해체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고 조상에게 한 해의 소망을 비는 명절이다. 설이란 말의 유래는 ‘사린다, 사간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또 ‘섧다’는 뜻도 갖고 있어 ‘슬프다’라는 뜻도 포함한다. 조심스레 한 해의 첫발을 내디디며 가족과 함께 덕담과 격려를 주고받는 뜻 깊은 날인 것이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가운데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신년 계획을 세우고 덕담을 나누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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