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춥고, 혼란스러울 때는 단순하고 우직한 사람이 그리워지는가 보다. 올해 지도자들의 신년 인사에는 소의 미덕이 많이 등장했다.

우보만리(牛步萬里 소걸음으로 만리길),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세상을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실천함), 석전경우(石田耕牛 돌밭을 갈아 옥토로 만드는 소) 등.

기축년을 맞아 시작된 ‘소의 재발견’이 반갑다. 우직하게 일하고 희생하는 소의 가치를 이제야 제대로 알아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로는 우직한 소를 닮자고 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왜들 그리 싸우고 부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올해는 제발, 소를 닮은 지도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소의 리더십을 제대로 배우자. 우선 소는 말하지 않고 일을 한다. 일은 안 하고 말만 하거나, 말 따로 일 따로인 것은 소의 본성에 어긋나는 행태다.  둘째로 소는 잔머리를 쓰지 않는다. ‘우직하다’는 말은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한결같이 성실하다는 뜻이다. 무엇을 안 할까, 무엇을 더 얻을까 계산치 않고, 자기 하던 일을 계속하는 가운데 신뢰가 쌓여간다. 셋째, 소는 열심히 일하되 남을 공격하지 않는다.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극렬한 공격성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는 장면을 새해에는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넷째, 소는 남 위에 군림하거나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되 그 대가를 권력의 기반으로 삼지 않는다. 또 자기 일을 열심히 했다고 공치사 하지 않는다. 죽도록 일하되 늘 낮은 자리, 측은해 보일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위치에 늘 서 있다.

우보만리의 주인공 ‘소의 리더십’이란 정도(正道)를 가는 지도자, 성실한 지도자, 인내하는 지도자, 겸손한 지도자, 섬기는 지도자, 믿을 수 있는 지도자를 말함이다.   

1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여성계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여성들이 진보, 보수를 떠나 하나가 되어 난국을 이겨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대통령은 대통령을 감동시킨 3명의 할머니들 이야기를 매우 길게 언급했다. 어려운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점상 할머니들이 오히려 나라를 걱정하고 대통령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여성의 넓은 품과 깊은 힘을 보았던 모양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난국이 되면 늘 ‘여성’을 찾는다. 평상시에는 궂은 일 도맡아서 하는 여성의 공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심지어 여성들에게는 희생의 DNA가 있어서 희생하기를 즐겨한다는 신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힘든 일이 생기면 여성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또 그에 대응해서 여성들은 억척어멈이 되어 난국을 해결해낸다. 태평시국에는 잊혀지고, 난국이 오면 생각나는 여성들, 난세의 기축년을 맞아 모처럼 주인공 대접받는 소의 처지와 닮아 있다.  

모처럼 우직함의 리더십에 관심을 돌렸다면 평상시에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우직한 국민과 우직한 리더가 한마음을 이루는 ‘우보만리’ 대한민국을 기축년의 소망으로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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