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금사홍

미술작품에는 크게 순수작품과 디자인(공예) 작품으로 구분될 수 있다. 상업성이 있고 없음으로 나뉜다고 본다. 디자인이 구매자의 취향이나 객관적 분위기 즉 외부의 요인이 강하게 작용되는 의식된 작업이라면, 순수예술은 미적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감정에 충실한 창조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창조적인 순수예술보다는 반짝이는 상업적 아이디어의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비움’의 길로 가다

좋은 생각이나 훌륭한 사상일지라도 이를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가 없다. 금사홍 또한 자신의 그림에서 그가 느끼고 있는 생각들을 담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치 그림의 구도자의 길을 가듯.

전시명제 ‘만다라’에 이어 ‘하늘, 바다, 구름과…’ 등의 연작들을 통해 그는 불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특히 선에 의한 ‘비움’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생활 또한 도시에서 벗어나 외로움도 잊은 채 홀로 자연의 삶 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이다. 결국 우리는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는 것이다.” - ‘홀로 사는 즐거움’(법정) 중에서-

그의 작품 ‘생(生)의 노래’는 두 개의 화면을 동시에 설치함으로써 그림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원경과 근경, 추상과 구상, 자연과 생명으로 나누어지며 이러한 형태들은 추상으로, 때로는 사실적 묘사로 나타난다. 반복에 의한 터치로 물의 흐름은 추상으로 표현되는 반면 거칠고 자유분망한 붓의 움직임은 동양화의 화풍을 연상케 한다.

또한 물에 반영된 자연은 물의 반복적 파장과 더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정서적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금사홍은 이러한 추상과 구상의 구분보다는 동양적인 종합적 사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과(因果)의 과정을 물(水)로 구체화하려는 작업들로 보아진다.

나눔으로 이어지는 ‘말차의 향기’

어디서부터 출발되었는지 모르지만 물이든 구름이든 빗물이 되어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씻어낸다. 작은 물줄기는 이내 시냇물을 이루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는 따사로운 햇살에 의해 작은 물방울이 되어 하늘로 피어오른다. 이러한 물의 순환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하나의 모티브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금사홍은 삼라만상의 근원을 물에 두고 있다. 마치 물은 세상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정화하듯 그림을 통해 맑고 깨끗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 그림들이 꾸밈을 배제한 비움의 과정이라면, 최근의 그림들은 ‘말차의 향기’처럼 찻잔 가득히 물(사랑의 향기)을 담으려는 채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랑의 향기는 이내 찻잔을 떠나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금사홍 또한 자신의 물(사랑의 향기)을 화폭에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17회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미술관 개관 기념 초대전 외 다수의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위덕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리진 회화협회 회원 및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