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저가 게임시장 변화 이끄는 주역
남성들의 전유물 옛말…온라인 게임 즐기는 여성 비중 40%
커뮤니티 등 공동체적 특성 지닌 게임, 여성 유저에게 인기
게임업계에서 일하게 된 지금은 게임 내 커뮤니티인 ‘길드’를 형성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온라인 게임 내의 변화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일어났다.
김소희 과장은 “예전에는 여성 유저가 드물어 게임 도중에 여성임이 밝혀지면 남성 유저들이 게임 아이템을 사주고 전적으로 신경써주는 등 지원을 받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여성 프로 게이머 강세와 동시에 여성 게임 고수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드 내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게임 부부’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이 증가하면서 게임시장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조작법을 배울 필요가 없이 누구나 쉽게 플레이가 가능하고 폭력적이거나 어두운 그래픽이 아니라 귀엽고 깜찍한 그래픽이 증가하면서 여성 유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명한 댄스게임 ‘오디션’의 경우에는 여성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알려지면서 남성 유저 비율도 증가한 특이한 사례다. 댄스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의 증가는 지난해 ‘클럽데이 온라인’ ‘누리엔’ 등 무려 7개의 댄스게임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여성 유저들의 증가는 통계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포털 한게임 가입자 중 여성 비율은 35%에 이르며 최근 한 달간 실제 한게임을 이용한 여성 유저 비율은 전체 45%를 차지했다. 테트리스, 신윷놀이 등 대체적으로 조작법이 쉬운 캐주얼 게임 같은 경우에는 여성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퍼즐게임인 사천성의 경우에는 66%에 이른다.
또 다른 게임회사 넥슨의 인기 레이싱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도 여성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총 17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유저 중에 여성 유저 비율이 30%에 이르고, 20대의 경우는 절반을 차지한다. 다양한 표현을 연출하는 캐릭터,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아이템들이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성 유저들이 증가하면서 업계는 여성 게임유저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화이트데이를 맞아 여성 유저만을 위한 특별 이벤트로 ‘퀸오브카트’라는 대형 게임대회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여성 종사자 비율이 낮은 점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발표한 게임산업 종사자 실태조사(2005년)에 따르면, 모든 직무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직무를 보면 시나리오가 40%로 가장 높고 일반관리직(39.3%), 홍보·마케팅(35.6%) 순이다. 게임 제작이나 운영 직무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은 5~10%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PC방의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포털회사에서 마케터로 활동 중인 정은주씨는 “마니아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PC방은 남성 중심적이라 이를 여성 친화적으로 바꾸어가면 여성들이 보다 쉽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유저가 증가하는 만큼 게임 환경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에서도 게임 인구의 40%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여성들이 친교와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성별에 따른 차이점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에 게임을 하는 데 보내는 시간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즐기는 비율은 남성이 높지만 여성이 더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스콧 카플란 교수는 “게임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사회적이고 공동체적 성격을 갖게 되면서 게임을 즐기는 여성도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