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지영’…공연 ‘전미도’…문단 ‘김사과’
‘지금 그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2008년 영화계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이경미라는 걸출한 신인 감독의 배출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친절한 금자씨’의 연출부를 거친 그는 스승인 박찬욱 감독에게서 “내 데뷔작보다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가 훨씬 훌륭하다”는 찬사를 들었다. 독특한 마이너적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스토리, 짜임새 있는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청룡영화상 각본상과 신인감독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출·시나리오상을 받았고, 전국 관객 53만 명을 동원, 제작비 10억원의 2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이경미 감독이 2008년 주목받은 여성 감독이라면 ‘지금 그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은 2009년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두 딸의 주부로서 뒤늦게 영화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영화 공부를 시작해 ‘오 수정’의 연출부와 ‘스캔들’ 스크립터를 거친 그는 데뷔작인 ‘지금 그대로가 좋아요’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성격과 사는 방식, 아버지조차 다른 자매가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속에서 마침내 서로를 가족으로 끌어안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 로드무비인 이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반전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3월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가 2009년 또 한 번의 여성영화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그녀들의 방’의 고태정 감독,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참신성을 인정받은 ‘동거, 동락’의 김태희 감독과 ‘슬리핑 뷰티’의 이한나 감독 등도 기대되는 신인 여성 감독들이다.
공연계 대형 신인 전미도
2008년 하반기 공연계에는 오랜만에 대형 신인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아그네스 역을 맡은 배우 전미도.
25년 전 ‘신의 아그네스’로 스타로 부상했던 윤석화(리빙스턴 역)가 같이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제2의 윤석화’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지난해 말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1인 5역을 소화한 뮤지컬 ‘사춘기’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단 두 작품으로 연극과 뮤지컬 양쪽에서 기대되는 신인 배우로 주목받았다.
올해 여성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은 2월 공연이 시작되는 뮤지컬 ‘드림 걸즈’. 1200명이 지원해 6개월간 지속된 이 작품의 오디션에서 배역을 따낸 에피 역의 홍지민과 차지연, 디나 역의 정선아와 박은미 등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여주인공 벤들라 역을 맡게 된 신인 김유영은 ‘뮤지컬계의 새내기 배우’로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연기자로는 ‘과속 스캔들’의 박보영이 먼저 눈에 띈다. ‘울 학교 이티’를 시작으로 ‘과속 스캔들’ ‘초감각 커플’ 등 3편의 영화에 내리 출연하며 흥행 성적과 함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와 함께 ‘미쓰 홍당무’에서 공효진에 밀리지 않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신인여우상을 다수 수상한 서우와 ‘미쓰 홍당무’ ‘과속스캔들’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박쥐’ 촬영을 마친 황우슬혜 등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바람의 화원’ 중 기생 정향 역을 맡았던 문채원,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배우 해진 역을 맡았던 서효림,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첫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당찬 매력을 보여준 쥬니 등이 신인 연기자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2009년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최연소 문학상 수상자 김사과
2008년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신인 작가는 청소년 소설 ‘완득이’의 김려령.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는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녹록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쾌함을 유지하며 15만 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연극으로도 각색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완득이’의 성공은 여성 신인작가의 출현뿐 아니라 그동안 문학계에서 비주류로 인식되어 왔던 청소년문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도 됐다. 그에 이어 중·고등학교 시절 각종 청소년문학상을 휩쓸었던 청소년문학 작가 전아리의 ‘직녀의 일기장’ 등 청소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잇달아 출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문단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은 지난해 장편소설 ‘미나’를 발표한 김사과. 2005년 21세 나이에 단편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는 ‘황석영 이후 최연소 등단’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여러 면에서 김애란을 연상시키는 김사과는 최근 젊은 여성 작가들에게서 유행하는 ‘칙릿’류의 소설이 아닌 사회에 대한 비판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