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란 여성에게 있어 어떤 의미인가
이혼이란 여성에게 있어 어떤 의미인가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1.09 11:41
  • 수정 2009-01-0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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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 배수아 서하진 등 참여… 이혼에 대해 풀어놓는 다양한 시각

여성 소설가 9인의 이혼 이야기 ‘2와 2분의 1’

권지예·박정요 등 지음/ 문학의 문학/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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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에 가까운 이혼율을 보이는 이혼공화국 한국에서 이혼은 여성 소설가들이 작품 속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소재 중 하나. 중견 여성 소설가 9인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이혼’을 이야기하는 소설집 ‘2와 2분의 1’이 출간됐다.

권지예, 배수아, 서하진, 정지아 등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등단한 여성 작가 9명의 단편이 담겨 있다.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정장을 입으면 좋겠어. 바지 말고 치마로 입어.’ 입었으면 좋겠어… 입어…. 여자는 두 문장의 모순에 잠깐 눈을 감는다. 남자의 본질을 이처럼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묻는 것은 그의 겉모습이고 결국 자신의 뜻대로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그의 본모습이다.”(‘2와 2분의 1’ 중)

표제작인 차현숙의 ‘2와 2분의 1’은 지식인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남편의 위선과 가식, 그리고 독선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는 아내의 반란을 이야기한다.

바람을 피우고도 “연애만큼 좋은 인생 공부가 없어. 당신도 기회 있으면 좀 해봐”라며 오히려 당당한 남편의 이기주의에 구역질이 난 아내는 남편과의 외식 자리에서 복수하듯 선언한다. “이혼해요.”

아내를 질투에 눈이 먼 여자 취급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당신을 인간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 하는 걸 제대로 알려면 부모가 뭔지, 자식이 뭔지를 한번 지옥처럼 겪어봐야 해요.”

정길연의 ‘울산엄마’ 속 주인공은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쫓겨난 뼈대 있는 가문의 종부. 남편의 제삿날 후처의 집이 되어버린 집에 ‘제주’의 생모 자격으로 방문한 그는 손님일 뿐 끼어들 자리도, 존재감도 없는 인물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었던 남편을 컨트롤 하고 전처와 전처의 아이까지 보듬으며 종부 집 며느리의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후처에게 그는 두려움마저 느낀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여자가 무섭다. 여전히 허리 꼿꼿이 세우고 큰방을 차지하고 있는 시어머니 자리보다 어떤 의미로는 여자가 더 어렵다. 여자가 나를 형님으로 깍듯이 대우하고 내가 여자더러 자네라고 부른다고 해서 여자의 권세가 내 아래 있는 게 아니므로.”(‘울산엄마’ 중)

‘울산엄마’라는 어정쩡한 호칭으로 불리는 그에게 마땅한 소임이 있을리 만무하다. 무엇을 한들 ‘허울’일 수밖에 없는 존재.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는 “여자가 없으면 내 자리도 없이 느껴진다”고 독백한다.

친정 식구들에게도 버림받은 존재인 그를 챙겨 불러주는 사람은 그 여자밖에 없다는 사실. 어떨 땐 ‘내가 여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들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이혼한 아내들이 모두 남편을 깨끗이 잊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정지아의 ‘양갱’에는 남편의 외도를 용서할 수 없어 이혼을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아내를 그렸다.

남편을 ‘잡지도 못하고 보내지도 못하던’ 주인공은 고모가 만들어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양갱 앞에서 처음으로 억눌러온 감정을 터뜨리고 오열한다.

집을 나온 아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서하진의 ‘그림자 여행’의 주인공은 자신에 대한 남편의 사랑의 이중성과 위선에 염증을 느끼고 남편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남편이 원치 않았던 임신, 아이의 죽음 등은 남편의 폭력을 야기했고 참다 못한 아내는 남편의 만류와 애원을 뿌리치고 이 나라를 떠난다.

그가 간 곳은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옛 연인이 있는 미국 LA, 그러나 그 곳에서 만난 옛 연인이 동성애자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리고 만다.

이 밖에도 이혼한 불구의 친구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그린 은미희의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세대 젊은이들의 애정관과 이혼 뒤 양육권을 놓고 벌어지는 현실적인 좌충우돌을 그린 배수아의 ‘병든 애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유일한 작품인 박정요의 ‘안개 속의 과녁’ 등이 수록돼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 여성에게 있어 ‘이혼’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저마다의 작품세계를 풀어놓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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