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군포시에서 여대생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군포시가 위치한 경기도 서남부 지역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단 2년 동안에 이미 다섯 차례나 연쇄적인 여성실종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은 딸들의 이른 귀가를 종용하고 활동 가능한 도시공간을 통제해야겠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이렇게 문제의 원인을 여성의 취약한 신체적 조건으로 돌려 가족에게 자율통제를 종용하는 길밖에는 없을까.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주목해야 할 문제는 왜 유독 이 지역에서만 여대생, 어린이, 주부들의 실종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문제의 지역은 지난 199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군포, 수원, 시흥, 안산, 안양, 화성 등 신도시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이 도시들은 과거의 공장지대를 확대하여 주변의 산야를 새로운 베드타운으로 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규 아파트들과 넓은 신작로들이 도심을 종횡하고 있고, 뭉툭하게 깎인 산허리와 갈아엎은 허허벌판이 높은 고층 아파트들과 대형 상가들의 배경을 이룬다. 시외로 나가면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 불도 없는 후미진 산야가 나타나는 신도시들. 이번에 여대생이 실종된 군포보건소 근처도 저녁에는 차들만 다니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집값이 오르기만 했던 신규 아파트 지역과, 3D업종이라 불리는 제조업 공장지대가 대조를 이루는 도시,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층과 아시아 각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 도시 주변으로 밀려난 가난한 농민, 노동자들이 공존하고 있어 첨예한 계층 갈등이 잠재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잇단 여성들의 실종사건은 이 지역의 개발 방식과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적·지리적 특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신도시 건설을 추진해 온 당국은 주민들의 상호 공존 가능성이나 편리성, 안전성보다 경제성장의 논리를 앞세운 성급한 도시개발 방식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그 이전에 우선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정류장에 투명 유리나 긴급전화 설치, 야간 시간이나 후미진 지역에서의 여성과 아동을 위한 안전하차 서비스(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장소에서 버스를 하차할 수 있도록 배려), 건널목과 가로등의 야간조명 밝기 조절, 나무나 조형물 배치 시 사각지대 생성 방지, 담장이 없는 마을 조성으로 주민들의 자연감시 기능 강화 등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경험의 차이와 정책적 요구를 고려하는 자생적 도시 건설이 중요하다. 이는 ‘신도시=베드타운’의 등식을 불식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생활조건이 남녀 모두가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 공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도시계획 과정에서 정책이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미리 살피는 성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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