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 이야기 중년 관객 공감
중견가수 설 자리 없는 방송 현실 아쉬워

 

뮤지컬 ‘아줌마가 떴다’중. 맨오른쪽이 장미화, 가운데가 옥희씨.
뮤지컬 ‘아줌마가 떴다’중. 맨오른쪽이 장미화, 가운데가 옥희씨.
‘안녕하세요’의 장미화와 ‘나는 몰라요’의 옥희. 중년 팬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두 중견 여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선다. 자신들과 같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줌마가 떴다! 화려한 외출’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것. 지난 12월 23일 시작된 공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이들을 27일 명보아트센터 무대 뒤편에서 만났다.

주말 2회씩의 공연을 앞둔 두 사람과의 만남은 리허설 중간 중간에 분장실에서, 때로는 좁은 복도에 선 채로 힘겹게 이뤄졌다.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에 들떠 있는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신이 없죠 뭐. 23일부터 3일 동안 공연을 하고 26일에는 디너쇼도 있었어요. 종(제야의 종) 치러도 가야 하는데 목소리가 걱정이에요.”

1966년 신중현이 이끄는 ‘애드 포’의 멤버로 데뷔한 장미화씨는 올해 가수 인생 42년째를 맞았다. 데뷔 초기 뮤지컬을 한 편 했었다는 그는 오래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예전에 미국에 있었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뮤지컬 연기를 공부하기도 했었죠. 너무 오랜만이라 남편 역할을 맡은 이인철씨만 믿고 의지하고 있어요.”

옥희씨는 이번 뮤지컬이 첫 연기 도전 작품이다. 매일 밤까지 이어지는 연습 강행군이 힘들지만 무척 재미있다고. 남편(전 권투 챔피언 홍수환)의 격려도 큰 도움이 됐다.

“예전에 김지선씨가 자신이 출연한 ‘줌데렐라’를 보러 오라고 해서 갔었는데 좋았어요. 그 작품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와 닿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아줌마가 떴다!’는 어린 시절 가수를 꿈꿨지만 지금은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세 가정주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억압적인 남편에게 ‘춤바람’ 난 여자 취급을 받는 ‘홍장미’, 요실금과 남편과의 대화 단절로 우울에 빠져 있는 ‘진달래’, 이혼 후 딸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봉선화’.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 마주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부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객석의 대부분은 중장년층 주부들이나 부부들, 자신들의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며 공감을 표현했다.

“관객들이 극장을 나가면서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 기뻐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잘 돼서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장미화)

고단한 인생살이,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이들은 뒤늦게 숨은 끼를 찾고 가수로의 꿈을 이뤄간다. 공연은 가족과 화해하고 이들의 격려 하에 카페 ‘화려한 외출’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들의 시원한 가창력이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역시나 왕년의 명가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전에도 이들은 꾸준히 가수생활을 지속해왔다. 특히 장미화씨는 바자회나 자선공연을 열어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도와온 것으로 유명하다.

1974년 ‘나는 몰라요’로 방송 3사 가수왕을 휩쓸었던 옥희씨는 2003년 18년 만에 컴백, 데뷔 30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갖고 제2의 가수인생을 시작했다.

“앨범도 꾸준히 내고 계속 활동해 왔는데 방송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아요. 방송 프로그램이 너무 10대 위주로 치우치고 있죠. 우리가 설 무대는 ‘가요무대’나 ‘7080콘서트’ 정도가 고작이죠. 중년 세대를 위한 음악 방송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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