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과 장시간 근로로 대표되는 한국 고용관행 재성찰 필요
일중독이 고용위기 해법으로 제시되는 일은 없도록 신중해야

‘다사다난’이란 말이 올해처럼 잘 들어맞는 때가 있었을까. 세밑 한국인들의 관심사는 역시 경제위기, 특히 고용불안으로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불황 속에서도 등산복 판매나 축산물 매출은 늘어난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지갑이 얇아지니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 가까운 산에 오르는 것으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모양이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직원들이 전부 산에만 다니고 있어요.”

회사 사정이 나빠져 장기간 무급 휴가 중인 한 남성이 TV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증유의 고용위기가 예보된 가운데, 생존을 위해서는 죽어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이다. 그러나 온 국민을 일중독자로 만든다고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국의 노동문화와 고용관행, 조직문화 등을 좀 더 차분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용관행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야근과 장시간 근로다. 일이 좋아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야근과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설사 시간 외 수당을 못 받는다 해도 야근과 초과근무는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필수과목이다. 조직에의 헌신, 애사심, 상사에의 충성심, 이런 것을 인정받지 못하면 승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과근무가 일상화된 조직은 결코 여성친화적, 가정친화적일 수 없다. 장시간 근로가 일하는 남성과 일하는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들은 초과근무를 감당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퇴근 후에도 휴식이 아니라 ‘2교대 근무’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그녀들에게, 야근은 또 다른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은 능력은 있는데 책임감이나 충성심은 역시 남성만 못한 것 같다.” 직장인들을 만나 심층면접을 해보면 남성 직원이나 상사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여성 직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사실 실제 일은 여성들이 더 많이 한다. 낮 시간에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는 쪽이 더 능률적이지 않은가?”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세 이하의 자녀를 둔 기혼 남성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성이 느끼는 일-가족 양립에 대해 설문조사에서 남성의 근로 시간과 관련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주5일 근무를 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일-가족 양립 갈등을 덜 느끼는 효과가 있었지만, 평일 근무시간이 짧다고 해서 일-가족 양립 갈등을 적게 느끼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가족 안에서 남성들의 역할은 주말에 국한되며 평일 퇴근 후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기대는 매우 낮은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패밀리데이라고 정시퇴근 하는 날이 있는데, 직원들끼리 눈치 보다가 같이 술 마시고 그래요.”

역시 직장인 심층면접에서 한 남성이 고백한 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은 정말 소중하다. 그러나 일만 생각하는 사회, 일중독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미국 샬럿대학의 로빈슨 박사는 일중독을 일종의 정신적 병리현상이라고 진단하며, 일하는 시간을 더 길게 만들어 심리적 편안함과 안정감을 지속하려는 심리가 곧 일중독이라고 했다.

일중독이 관행화되고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 노인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고 값싼 주변적 노동력으로 밀려날 것이다. 고용위기의 해법이 ‘일중독을 권하는 사회’로 귀결되지 않도록 더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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