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정책은 ‘경제 살리기’의 핵심
양성평등 정책은 ‘경제 살리기’의 핵심
  • 강선미 / 전문기자·여성학 박사
  • 승인 2009.01.02 13:19
  • 수정 2009-01-02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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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을 모아 경제난국 극복!’

최근 여성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마을운동이나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여성단체들의 구호들을 떠올리는 2009년도 정책목표를 내놓았다.

양성평등은 뒷전이고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논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11월 12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8 세계성별격차지수(GGGI)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점수는 100점 기준에 61.54로서 세계 130개국 중 108위를 차지했다. 2007년도보다 무려 9위 아래로 떨어진 순위다. 우리나라는 세계 130개국 중 3분의 1 미만에 속하는 양성평등의 순위가 오히려 하강하고 있는 국가군에 속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정책이 세계적인 정책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양성평등은 인권 차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 하강 국면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재능과 기술 면에서 남성 못지않고 경험이 달라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빠른 속도와 복잡성, 상호 의존성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20위권 내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이 모범 사례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성장과 평등분배 정책을 병행하여 양성평등 수준(평균 80점)을 높이고 비교적 단기간에 고도의 국가경쟁력을 성취하는 효과를 본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각 분야의 성별격차를 줄여 성평등 수준을 높인 나라가 미래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앞서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임금(동일노동에 대한 임금, 연간소득수준 포함)과, 기술전문직, 고등교육(고등학교, 대학 진학률)에서의 성별격차로 인해 성평등 수준이 후퇴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국가경쟁력 13위라는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어닥친 경제 한파를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러면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어떨까. 우리가 벤치마킹 해온 일본은 98위로 전년도에 비해 20위가 하락하여 저조한 성적이다. 반면 중국은 57위로 전년도에 비해 17위가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동아시아권에서 앞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한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GGGI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지수가 평균 기대수명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기대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유는 불안정한 취업조건과 낮은 임금수준, 그리고 실업난, 구직난으로 인해 노후대책이 불가능한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복지정책에 큰 부담을 안길 요인이다.

만일 여성부가 진짜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성평등의 수준을 높이고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확고한 비전과 강력한 정책으로 자기 고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여성부는 재경부 산하의 작은 여성단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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