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비하 ‘막말’ 풍조 여전

2008년은 그 어느 해보다 ‘말’이 많았던 해였다. 여성에 관한 각종 발언들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존중의 표현보다는 비하와 멸시의 표현들이 적지 않아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을 보여준 씁쓸한 해이기도 했다.

‘촛불소녀’와 ‘유모차 부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한국 사회를 달군 촛불시위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지난 5월 2일 촛불시위의 시작을 ‘촛불소녀’와 비폭력 평화 시위를 주도한 ‘유모차 부대’, 배운 지식을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르게 활용하는 여성을 일컫는 ‘배운 녀자’까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촛불시위를 통해 분출된 여성들의 사회의식과 참여의식은 여성운동의 새 모델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남성 중심의 거대담론에 가려졌던 ‘생활정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브래지어가 자살 도구?

서울 마포경찰서와 강남경찰서는 8월 16일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여성들을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자살 위험 때문에 끈으로 된 물건을 수거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브래지어를 끈과 같은 자살 도구로 취급하는 경찰의 저질스러운 성의식 수준이 드러난 사례였다.

나경원 ‘여교사 비하’ 발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1월 11일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행사에서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선생, 2등은 못생긴 여선생, 3등은 이혼한 여선생, 4등은 애 딸린 여선생”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공개 사과 요구가 빗발쳤지만, 나 의원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생물학적 성이 아닌 성인지적 관점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박사모 회장 “나경원은 관기”

나경원 의원은 여성 비하 발언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지난 6월 1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나 의원은 본처는 고사하고 애첩도 그냥 애첩이 아니라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관기 기질이 있다”며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여성위원회 꼭 있어야 되나?”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월 3일 18대 첫 정기국회 여성위 회의에서 “여성정책을 각 부처에서 최우선으로 집행하면 되지, 굳이 국회에 여성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 우리 자신이 어떨 때는 안 됐다”고 발언해 지탄을 받았다.

윤 의원의 발언은 현실 정치 속에서 성 주류화 정책이 얼마나 변질·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여성계의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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